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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여행+] 더 빨리, 더 오래…즐기자 雪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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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베이다후의 눈은 한국보다 기온이 낮아 스키를 타기에 최적화된 건조한 눈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최고 수준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알파인스키팀도 전지훈련 장소로 베이다후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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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밖은 위험하다. 더욱이 날씨가 쌀쌀해지면 개구리처럼 깊은 동면에 들고 싶어진다. 스스로를 침대에 가두고 있을 때 난데없이 출장 통보가 왔다. 목적지인 중국 창춘(長春)은 이름과 다르게 봄이 짧고, 겨울이 길다. 위도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 일본 삿포로와 비슷한데 내륙이라 더 춥다. 이불 밖이 위험하다면 겨울 속으로 파고드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한치한(以寒治寒) 겨울 여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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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를 마시며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에서 창춘까지는 2시간가량 걸렸다. 경도는 서울과 비슷하지만 중국 베이징 시간을 따르기에 30분이 추가됐다. 11시쯤 도착한 창춘공항에서 나오는데 만만디('천천히'라는 뜻의 중국어)다. 여기는 중국이라는 현실감이 차가워진 대기를 타고 훅 엄습한다. 출국장을 나서서 '클럽메드'라는 로고를 들고 있는 기사를 따라 리무진 버스에 오른 뒤 하얀 설원으로 변한 옥수수밭을 두 시간여 달려 클럽메드 베이다후 리조트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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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다 돼 여장을 풀고 레스토랑에서 요기한 뒤 울창한 숲속에 안긴 리조트 시설을 둘러봤다. 먼저 A동 스포츠센터에서 어려운 요가 동작을 하고 있는 G.O(Gentle Organiser)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G.O는 클럽메드 직원을 뜻하는 용어다. 내일 도전할 스키 강습에 앞서 스포츠의 생명인 유연성을 키우고자 바로 다음 시간대 요가를 수강했다. 강사는 중국어를 사용했지만 소통에 지장은 거의 없었다. 이, 얼, 싼, 구령에 맞춰 천천히 넥(목) 요가를 따라 했다. 보디랭귀지의 힘을 체감하고서 다음날엔 하타 요가를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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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를 마치고 점심을 먹은 장소였던 레스토랑에 갔다. 3박4일 동안 삼시 세끼를 거의 여기서 해결했으나 질리지 않았다. 프랑스에 기반을 둔 클럽메드와 베이다후가 있는 중국 요리 간 컬래버레이션은 지구 최강 조합이었다. 쓰촨식 돼지볶음, 중국 만두와 국수 같은 중식이 접시를 가득 채웠고, 그 이후에는 파티셰가 매끼 새롭게 선보이는 베이커리로 유혹했다. 배는 불러오는데, 해가 완전히 떨어지자 베이다후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뚝 하락했다. 리조트 밖은 겨울 한복판처럼 얼어붙었지만 리조트 안은 밤이 깊어갈수록 흥겨운 열기를 더했다. 키즈클럽 활동에 참가한 아이들이 백조처럼 차려입고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자 부모들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다음날 이어진 저녁 파티는 G.O들이 준비한 '베이다후 갓 탤런트'가 장식했다. 부티크 룸에 있던 G.O는 걸그룹처럼 춤을 췄고, 스키를 가르쳤던 G.O는 연극배우로 변신했다. 바에서 드라이 마티니를 주문해 홀짝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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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 설질이 우수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훈련 장소로 지정된 스키장으로 향했다. 마침 한국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팀도 전지훈련을 와 있었다. 당당하게 입장했으나 초급자반 지도를 맡은 스키 G.O 엘라가 난감해했다. 중국어로 하는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으로 넘어간 폴이 푹, 팍, 눈 위에 꽂혔다. 초급자에게는 필요 없는 도구였다. 스키 강습은 오전 10~12시, 오후 2~4시 두 차례였다. 오전 내내 A자 모양으로 스키를 타는 프르그보겐 등 기초 동작을 연마했다. 오후에는 무빙워크를 타고 올라가 기초 동작으로 천천히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수강 인원 5명은 대체로 쩔쩔맸다. 이땐 만만디가 적절했다. 활강한 것도 아닌데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종아리와 엉덩이가 욱신거렸다. 내일은 B반으로 오라는 말에 기분만큼은 씻은 듯 개운했다. 다음날에도 여지없이 엘라에게 폴을 넘겨줬다. 그래도 이번에는 리프트를 타고 어제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감개무량했다.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돌고 발 벌려서 멈추기 동작으로 5명이 차례대로 하강했다. 리프트를 같이 탄 엘라는 휴대폰으로 중국어를 영어로 번역해 물었다. '너는 내일도 스키를 타러 오니?'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내일 한국으로 떠나"라고 답하자 잠시 얼음. 침묵을 깨고 최대한 경쾌하게 "아이 윌 미스 유(I will miss you)"라고 말하자 엘라가 웃었다. 무엇보다 그리운 것은 스파다. 아기같이 손이 작은 유키는 복서처럼 강한 힘으로 욱신거렸던 내 몸 구석구석을 치유해줬다. 베이다후에서 유일하게 남은 후회는 마사지를 90분이 아니라 60분짜리로 예약한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스파센터 8080으로 전화해 이렇게 외칠 것이다. "나인티 미니츠(ninety minutes), 플리즈~." ※취재 협조=클럽메드

▶베이다후 스키장 100배 즐기는 법

- 클럽메드 베이다후 리조트는 올인클루시브다. 곤돌라와 리프트, 스키 수강, 레스토랑, 바 등 대부분 비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스키복과 스키장비 대여는 유료다. 고글과 장갑은 빌릴 수 없으니 가져가야 한다. 또 스키 수강 신청과 스키 관련 대여는 전날 해야 한다.

- 클럽메드를 통해 예약하면 공항에서 리조트 측이 보낸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공항으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매우 유용하다. 가격은 어른 3박 왕복 항공요금 포함 105만원대부터(디럭스룸 기준). 스키장은 11월부터 3월 15일까지 운영한다.

- 아침 7시부터 메인 레스토랑에서 선착순으로 당일 저녁 7시 훠궈를 예약받는다. 한 끼 정도는 훠궈를 맛볼 것.

- 스포츠센터 안쪽에 작은 자쿠지와 욕실이 있다. 수영복이나 래시가드를 준비해 가면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 바에서 마시는 술은 대부분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칭다오 맥주와 지린 지역 맥주인 3.3도 청량한 금사백 맥주를 즐길 수 있다. 금사백은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쉽지 않다.

[창춘(중국)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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