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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자수첩]카드업계가 총선을 걱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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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지난해엔 당분간 외부 걱정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해가 바뀌니 총선이 염려된다.”

최근 만난 한 카드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정치논리에 휘둘렸던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였다. 3년 주기로 수수료 원가(적격비용)를 재산정하는 게 2007년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에 따른 원칙이지만 실제 수수료 인하는 수시로 이뤄졌다. 특히 정치시즌이 될 때면 그런 경향은 더 강했다. 일례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금융 관련 공약의 절반 이상은 카드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겠다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역시 그해 신년사에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를 공언하기도 했다. 한 해 전인 2017년에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낮춘 직후였다.

3년 주기 재산정 원칙에 따라 도출되는 수수료 인하도 정치권의 치적으로 포장된다. 2018년 10월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을 내놓기 전에 발표 당일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확정되지 않은 보도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서지만 같은 날 한 여당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수수료 인하를 달성했다”고 자찬했다. 당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로지 표심만 생각하다 보니 정책부서와의 협의나 공조는 뒷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전례가 있어 총선을 앞두고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카드사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정해진 수수료 산정시점은 내년이지만 그전에 또다시 수수료 인하 압박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만으로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이유도 수수료가 아닌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예정에 없는 수수료 인하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다면 이같은 노력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는 혁신을 모색하는 카드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며 장기적 측면에서 금융산업의 발전이나 소비자의 편의성 확대 모두 더디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번 만큼은 카드사들의 우려가 ‘기우’로 끝나길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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