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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호봉제 깨는 임금개편...고용부, '직무중심 인사' 메뉴얼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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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발간

정부 "호봉제 폐해"...직무중심 '시대적 흐름'

호봉제 비율 감소 추세지만 여전히 '견고'해

대기업 중소기업보다 호봉제 발달…격차도

정부, 직무 중심 임금체계 확산...정책 강화

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근속과 임금이 비례하는 호봉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민간 제공을 목적으로 한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메뉴얼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인 직무급을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 변화 필요성 및 절차·방식, 고려사항 등 참고사항을 다룬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제작·배포한다고 밝혔다. 직무급제란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달리하는 것이다.

메뉴얼은 당초 지난해 9월 제작돼 공공기관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지침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나,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로 일정이 미뤄졌다. 정부는 이번 메뉴얼이 제조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지만, 현 정부가 앞세운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이 미진한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임금개편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공제 폐해...임금의 체계 개편은 '시대적 흐름'

정부가 호봉제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기저에는 우리경제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과거 고도성장기, 호봉제는 노동자들의 소속감과 장기근속을 통한 숙련형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기업 역시 규모면에서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에 호봉과 비례한 임금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는 3% 미만의 경제성장률에 직면해 있다. 오는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도 감당해야 한다. 이는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으로 인한 부담을 기업이 감당할 여력이 적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이로 인한 파장은 청년의 채용이 줄고, 고령자 조기퇴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임금의 연공성이 정규·비정규직 간 격차,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표하고 있다.

직무 또는 능력이 아닌, 입직형태와 근속기간 등이 중시될 경우 비정규직에 불리한 근무환경이 조성될 수 있고, 대기업이 영세기업보다 호봉제가 더 견고하고, 격차 역시 크다는 점에서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주된 원인이라고도 보고 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호봉 때문에 임금격차가 크거나, 서로 다른 일을 하는데 호봉이 같다는 이유로 비슷한 임금을 받는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반하거나 임금의 공정성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직무급 필요성 대두되지만...깨지지 않은 호봉체제

고용부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들도 호봉제의 한계를 인식,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호봉제 틀은 견고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호봉제가 더 발달해 있고 호봉 간의 격차도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호봉급 임금체계를 운영하는 100인 이상 사업체는 2016년부터 매년 63.7%, 60.3%, 59.5%, 58.7%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300인을 기준으로 호봉급을 운영하는 비율은 60.9%(지난해 6월 기준)로 여전히 높다.

이는 국제 비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 연공성 국제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이 약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의 약 2배다.

◇정부, 직무 중심 임금체계 확산...정책 강화

정부는 이번 메뉴얼을 통해 민간 기업의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자료에는 임금구성 단순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유형의 임금체계 개편 방법·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체계(직무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평가 방법 ▲새로 개발한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도구 활용방법 등이 포함됐다. 자료는 실무자용 상세본과 관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요약본으로 나뉘어 제공된다.

정부는 메뉴얼 배포와 함께 '노·사 자율적'인 임금의 연공성 완화, 직무·능력에 기반한 공정한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먼저 업종별 직무평가도구 등 관련 인프라를 지속 확충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과의 연계를 통해 직무 관련 정보를 촘촘하게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기존에 진행하던 임금·평가체계 개선 분야 컨설팅도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올해는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신설해 시범 운영한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호텔·철강·금융·공공·사회복지서비스·IT·제약 등 직무평가도구가 개발된 8개 중 업종별 2~3개사를 선정해 전문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임금정보의 확충을 위해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개선하고, 노·사가 참고할 수 있는 기업규모·산업 및 직종·경력 등에 따른 시장임금 정보를 분석·제공할 예정이다. 임금 문제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의제·업종별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 간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임금체계 개편은 단순히 급여지급 방식만을 바꾸는 것이 아닌 조직 내 인사관리 및 성과보상의 기준과 방식 등 시스템 전체를 전화하는 문제"라며 "이 때문에 기업과 그 구성원인 노동자들의 임금수준, 의욕, 자기개발 등 많은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이어 "정부는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고려해 기업의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을 돕기 위해 그간 임금·평가체계 컨설팅 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며 "이번 메뉴얼은 그 노력의 일환으로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변화의 필요성과 절차, 방식 등에 대해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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