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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주민 반대에 올스톱·반토막 나는 청년주택… “정부 무리수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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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건설을 추진하는 공공주택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제동 걸리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세금 낭비 등을 이유로 들며 공공주택을 반대한다. 하지만 결국 청년주택을 혐오시설로 인식한 결과 나타난 님비(NIMBY·쓰레기 처리 시설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내 집 근처에는 안 된다고 하는 것)현상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미숙한 행정도 문제로 꼽힌다.

조선비즈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지난달 23일 서울 서대문구청 앞에서 연희동 청년 사회주택 건설에 대한 인근 주민 반발을 멈추어달라며 기자회견을 벌였다. /민달팽이유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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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청년 사회주택은 주민들 반대에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애초 지난해 10월 공사에 들어가 12월 중에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었다. 연희동 사회주택은 서울시가 빈집을 구입하고 그 부지를 사회주택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토지임대부 형태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매입한 주택은 빈 집이 아니다"라며 "세금이 함부로 쓰여서 항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년들은 "결국 집값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행복주택 2000가구를 짓겠다는 부산시 계획은 주민 반대로 반토막 났다. 인근 주민과 연제구의회가 임대주택 과잉에 따른 피해, 교통난, 주차난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민 공공시설을 지어달라고 계속 요구했기 때문이다.

당시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변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 부산시청 인근에 있는 수많은 원룸 소유주들이 월세 하락을 우려한 것 등이 민원의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재작년에는 영등포구청역 인근 하이마트부지에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서려 한다면서 인근 한 아파트에서 '하이마트 부지 기업형 임대아파트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로 ‘5평형 빈민아파트 신축 건’이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안내문에는 ‘아파트 가격 폭락’, ‘빈민지역 슬럼화로 범죄 및 우범지역 등 이미지 손상’, ‘아동청소년 문제, 불량 우범지역화 우려’와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어 논란을 불렀다.

당시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으로 인가된 16개 중 단 한 개도 주민들이 찬성해서 들어온 것이 없다"면서 "‘빈민주택'이라는 둥 주민들이 과격하게 반발하고 있어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임대주택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이 님비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많이 살면 동네 분위기가 좋아지는데다 이들의 소비력도 큰 편이어서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데 주민들은 저소득층이 사는 임대주택과 똑같이 인식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는 근거 없는 두려움일뿐 실질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청년세대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시선을 바꿔야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또 정부가 이런 문제를 먼저 고민하지 않고 허술하게 정책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다. 심 교수는 "주민들의 반대를 막으려면 민심을 달랠 ‘당근’도 필요한데 의지만으로 밀어붙이니 문제가 자꾸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센서스 통계에 따르면 서울 빈집은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에 가장 많다"면서 "빈집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무리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도 "역세권을 중심으로 청년에게 집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국토부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정부가 2022년까지 청년임대주택 30만가구를 짓겠다고 한 것을 보면 물량이 너무 많다"면서 "정부 계획이 무모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는 공실이 발생할 확률도 굉장히 높아 중장기적인 관리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윤미 기자(yu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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