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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기본급 인상" "물량부터 확보" 르노 또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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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상생선언 반년만에 갈등
노조 시청 찾아 공무원 면담 요구
사측, 내수시장만으론 못버텨
"수출 포함 연 20만대 확보 우선"


부산지역 제조업 매출 1위 기업인 르노삼성자동차의 생산라인에 다시 빨간불이 켜져 협력업체와 지역 경제계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부산시와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을 벌이고 있는 르노삼성차 노조는 이날 오후 부산시청을 찾아 시위를 벌이고 관계공무원과 면담을 요구했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공장이 아닌 부산시청에서 가진 것은 노조의 '게릴라 파업'에 맞서 회사가 '부분 직장폐쇄'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차 노사 상생 공동선언문 발표에 관여한 오거돈 시장과 부산시를 압박해 노사 관계 개입을 유도하려는 노조의 전략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 6월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하면서 무분규 사업장으로 거듭나기로 상생 공동선언문까지 발표했지만 노조는 6개월여 만에 이 합의를 뒤집고 다시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지난해 일자리 유지에서 이번엔 기본급 인상으로 바뀌었다. 파업 방식도 사전에 공지하는 '부분 파업'에서 시간별로 불규칙하게 벌이는 '게릴라 파업'으로 돌변했다.

파업 참여율이 저조한 것을 감안해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 '게릴라 파업'은 일반적으로 '회사를 망하도록 하자'는 의미의 악의적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날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임직원 2172명 가운데 1752명이 출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원 1727명 중 26.8% 정도인 463명이 파업에 참여한 상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런 노조 파업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지난 10일 라인 재편성으로 오전 10시부터 가동에 들어가 주간에 195대를 생산했다. 지난 11일에는 325대를 생산해 평상시 정상 주간의 320~350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13일 생산량도 평상시 주간 생산량 320대와 같은 물량을 기록했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 주장에 대해 회사 측은 공장을 최소한 정상운영할 수 있는 연간 20만대 생산을 위한 수출물량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지난해로 종료되고 올해부터는 크로스오버 차량 'XM3'를 국내에서 생산해 선보일 예정이지만 유럽 수출물량을 받지 못하면 연간 9만대도 안되는 내수시장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3교대 기준 연간 30만대, 2교대 기준 25만대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내수와 수출을 합쳐 2018년 20만대, 지난해 17만대 생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임금협상에서 고정성 인건비 인상보다는 일시금 600만원과 통상임금 100% 인상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현재보다 더 높은 고정성 인건비 수준으로는 수출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르노삼성차 생산직 임금수준은 25년차 기준 (2018년) 8240만원, 생산직 평균 17년 근속 기준 7370만원이다. 25년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87%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르노그룹 공장별 시간당 인건비 비교에서는 부산공장이 제일 높은 수준이다. 1위가 부산공장, 2위가 프랑스, 3위 스페인 생산공장 순이다.

이 때문에 XM3의 수출물량 결정은 아직 되지 않았고 현재와 같이 불안정한 부산공장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을 바로 결정하기는 회사 생존 측면에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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