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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손태승 우리은행지주 회장 연임·은행장 선출 둘러싼 '모럴해저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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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020 우리금융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신뢰 1등 금융그룹을 향한 동행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 우리금융그룹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잇따른 대규모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우리금융지주 최고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데 이어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에도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13일부터 14일까지 이틀 동안 새 은행장 후보군을 손태승 회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오는 17일까지 우리은행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후보군을 2~3명으로 압축한 뒤 20일 면접 대상자에 대한 개별 프레젠테이션(PT)과 질의응답 방식의 면접을 실시한다. 최종 선출은 이르면 설 연휴 전인 23일께, 늦어도 28일까지는 이뤄질 예정이다.

손 회장은 2018년 11월부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해 왔으나 그룹임추위는 오는 3월 주총에 맞춰 지주 회장과 은행장 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신임 우리은행장의 후보로 내부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차기 은행장으로 A부행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손 회장이 은행장 직을 내려놓는 대신 자신의 측근을 앉혀 친정체제를 굳히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측근을 차기 은행장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호흡을 맞추고 일련의 갈등으로 인한 조직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손 회장을 비롯한 현 우리은행 부행장급 인사는 최근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은행장 후보로 유력한 인사는 DLF,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후폭풍을 수습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은 총 1230억원의 DLF를 판매해 막대한 투자손실을 초래한데 이어 최근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중심에 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말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판매잔액 5조7200여억원 가운데 18.6%에 달하는 1조648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많은 불완전 판매를 했고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얘기다.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임추위가 지난달 30일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얻으면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취임한다. 금융정의연대는 “우리은행이 초래한 일련의 사고들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두 회사의 규모와 경영윤리에 비추어 부적절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채 단순히 자신들의 권력구도를 구축하려는 욕심에 불과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자격 미달인 현직 회장의 연임을 후한무치하게 결정한 것은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금융권에 끊임없이 발생하는 비리·사고를 끊어내도록 철저한 책임추궁,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 역시 지난 7일 논평에서 “금융감독원이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대해 중징계를 통보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정기주주총회에 손 회장을 단독 후보로 올리며 사실상 금감원 제재와 무관하게 연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회사 임원으로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조치를 받은 사람은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DLF사태가 발생한 것은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및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것”이라며 “판매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전략과 감독부실이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최고책임자인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 연임에 대한 날선 비판은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신임 은행장의 최우선 과제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떠오른 가운데 DLF와 라임 사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 현 경영진 전체의 책임이 큰 데도 서둘러 지주사 회장을 연임하거나 사태 책임이 있는 담당 임원이 벌써부터 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손실보전을 받지 못하는 고객 뿐만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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