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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군사대로]세계 곳곳 '오인 격추' 발생…"우리는 중앙방공통제소가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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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전, 이라크전서 미군에 의한 오인 격추 사건 빈발

대한항공 007기 피격사건 등 평시 오인 격추도 발생

오산과 대구에 있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 상공 감시

피아식별장치와 항공고시보로 민항기 경로 등 통제

류성엽 "이란, 민항기 항적 공유 안 돼 격추 가능성"

뉴시스

[테헤란=AP/뉴시스]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공항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그 잔해가 흩어져 있다. 승객 등 180명을 태운 우크라이나 항공(UIA) 소속 보잉 737-800 기종 여객기가 테헤란 공항 이륙 직후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이란 재난 관계자가 밝혔다.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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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군 전투기로 오인한 이란이 해당 여객기를 격추한 가운데 그 후폭풍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아울러 남북 대치 상황 속에 군용기와 민항기가 공존하는 우리나라 상공이 안전지대인지에 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인 사격과 오폭(폭탄을 정해진 대상이나 위치가 아닌 곳에 폭격하는 것)은 중동 등지에서 그간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군 전투기가 영국 탱크를 이라크 것으로 오인 공격해 영국군 9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는 영국 공군의 토네이도 전폭기 1대가 이라크·쿠웨이트 국경 상공에서 미군이 발사한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에 의해 격추돼 승무원 2명이 사망했다.

전면전 때 뿐만 아니라 긴장이 고조된 준전시 상황에서도 민항기 오인 격추가 발생해왔다.

1983년 대한항공 007기가 사할린 인근에서 항로를 벗어나 소련 영공을 침범했다가 소련 전투기에 격추돼 탑승자 269명이 전원 사망했다. 2001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해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로 향하던 러시아 시베리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으며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의문의 미사일에 격추됐다.

이번 이란의 오인 격추 역시 앞선 사례들처럼 긴장이 고조된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남북 간 긴장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우리 영공 역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큰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우리 군은 피아식별장치 또는 적아식별장치(彼我識別裝置, IFF)를 활용해 군용기와 민항기를 구별하고 있다.

피아식별장치란 군사용 감시 레이더의 일종으로 아군과 적군 항공기의 판별에 필요한 중계기(트랜스폰더, transponder)다.

피아식별장치가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에 질문이 담긴 전파를 보내면 해당 항공기는 답변에 해당하는 전파를 쏴 자신이 아군임을 증명한다. 암호화된 질문을 전파로 보내면 거기에 마찬가지로 암호화된 답변이 날아온다.

뉴시스

[테헤란=이란 최고지도자실·AP/뉴시스]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공부대 사령관(오른쪽 끝)이 지난 9일 테헤란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군 사령관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은 이란 최고지도자실에서 제공한 것이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11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 오인 격추을 인정하면서, 격추 소식을 들은 직후 심경에 대해 "내가 죽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20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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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식별장치를 쓰면 단순히 아군기임을 증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대 식별번호, 항공기 식별번호, 고도 정보 등을 알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여객기는 IFF를 위한 국제 공용 응답장치를 탑재해 민간기임을 알리기도 한다.

다만 피아식별장치가 아군판독기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레이더에 감지된 비행물체가 피아식별장치에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제3국의 항공기일 수도 있다. 아군기인데도 장치 고장이나 암호 입력 오류로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아군기, 동맹군기, 민간기에 대한 오인 사격의 원인이 된다.

피아식별장치를 활용해 아군기와 적기, 민항기를 구별하는 임무를 맡는 곳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Master Control and Report Center)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를 감시하는 부대다. 이 부대는 북한 전투기 움직임을 이륙과 동시에 24시간 감시하고 아군 전투기의 비행을 유도한다. 제1 MCRC는 오산 미 7공군기지에, 제2 MCRC는 대구에 있다.

중앙방공통제소 내 '공중감시수'가 레이더 탐지 정보를 토대로 비행물체 항적을 추적하면, '식별수'는 아군기 여부를 판단한다. 미식별기로 판단되면 '항공통제사'가 아군 전투기를 해당 공역으로 출동시킨다.

중앙방공통제소는 군 지휘벙커, 합참, 각 군 본부, 주한미군, 해군전술자료처리체계, 방공포통제소,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등과 비행 정보를 공유한다. 민항기에 군 훈련 관련 정보를 제공해 오인 격추를 예방하는 곳 역시 이 중앙방공통제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중앙방공통제소는 군 사격 훈련 시 항공고시보를 통해 노탐(NOTAM)을 친다. 그러면 해당 공역에는 비행기가 안 들어간다"며 "그래서 이때까지 사고가 없고 안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노탐이란 'Notice to Airman'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항공고시보다. 항공고시보는 항공 시설, 업무, 장애물 상태, 절차의 신설, 폐지 또는 변경 등 항공기 운항 관련 업무 종사자가 적시에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정보를 수록하고 있는 공고 또는 고시문이다.

항공고시보에는 ▲비행체(로켓) 발사 및 군사훈련 ▲VIP가 탑승한 항공기 이착륙 ▲활주로 폐쇄 및 활주로 상태 ▲비행에 영항을 줄 수 있는 기상상태 ▲수능으로 인한 일시적 공항 이착륙 금지 ▲항공보안무선시설 고장 등이 담긴다.

항공고시보는 기상 정보와 함께 항공기 운항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다. 조종사는 비행에 앞서 반드시 항공고시보를 확인해 항공기 출발의 가부, 항로 선정 등 비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처럼 우리 영공에서는 피아식별장치와 항공고시보 등 장치로 인해 민항기가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의 미사일에 오인 격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반면 이란의 경우 미국과의 준전시 상황 등 이유 탓에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란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 SA-15는 단거리 방공미사일이라 자체 레이더를 갖고 단독 작전을 하는 형태다. 민항기 항적 공유가 안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이 이미 계획된 민항기 스케줄을 확인하고 점검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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