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교협회 초청 좌담회…"수단이 목적 되어선 안 돼" 대북제재 완화 촉구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는 대미 반감 키워"
미국외교협회에서 연설하는 박원순 시장 |
(워싱턴=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미국을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에서 미국 정부에 유화적 대북 제스처를 제시했다.
박 시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좌담회에 초청받아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한·미·북의 잠정적 군사훈련 중단, 대북 제재 완화, 방위비 분담금의 합리적 조정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유치'를 군사훈련 중단의 명분으로 들었다.
그는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 결정은 2021∼2022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공동 개최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평화의 기조 위에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시장은 제재는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 요청을 받고 100만달러를 공여했는데 WFP 계좌로 송금하려고 하니 미국의 대북 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우려하는 국내 은행들이 송금을 거부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는 말자, 그렇다고 협상을 두려워하지도 말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언급하며 "역사상 제재만으로 굴복한 나라는 없다. 수단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과 만난 박원순 시장 |
박 시장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과 같은 과도한 요구는 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분담금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돼야 한다"며 "국가전략과 안보 기반은 양국 국민의 상호 신뢰와 지지 속에서 유지되고 담보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은 해방, 독재 극복, 경제 성장을 미국의 협력과 동맹이라는 기반 위에서 이뤄냈다"며 "그 정신과 강력한 동맹은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미국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군사훈련 잠정 중단은 북미 협상에서 하나의 변화가 될 잠재력은 있으므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외교협회는 미국의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책 싱크탱크다. 한국 인사 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 회원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과 대통령 재임 시기 등 두 차례 연단에 섰다. 박 시장도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미주 한인의 날' 행사에 참석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어려움을 뚫고서라도 진전돼야 한다"며 "교포 여러분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외교협회에서 연설하는 박원순 시장 |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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