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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연합시론] '기생충' 아카데미상 최종후보 지명, 한국영화 도약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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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이 세계 영화인들의 꿈의 무대인 아카데미상(오스카)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것도 6개 부문이나 된다.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영화상 등에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예비 후보에 오른 적은 있었으나 최종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것은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국제영화상 부문에도 한국 영화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출품됐으나 한 번도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기념비적인 일이다.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알린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생충'이 상을 받게 된다면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유럽과 북미 최고의 영화상을 석권하게 된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최종 후보 지명으로 세계적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세계 영화계에서 할리우드가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칸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등 유럽영화제가 작품성, 예술성을 중시한다면, 아카데미상은 대중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생충'의 성과는 이 영화가 예술성뿐 아니라 대중성에서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지난 5일 기준으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천400만달러(약 290억원)를 벌어들여 역대 외국어 영화 흥행 8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 1억3천만달러(약 1천500억원)의 수입을 기록했다. 할리우드는 거대 자본이 모이는 곳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앞으로 수출, 배급, 합작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대립 구도를 토대로 계층 간, 계층 내 갈등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다. 그동안 '기생충'이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낭보가 쏟아졌다. 시드니, 로카르노, 밴쿠버,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등 15개 이상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전 세계적으로 30여개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수상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일에는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넘어 세계적으로 큰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기생충' 뿐 아니라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기념할 만한 일이다.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처음으로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그동안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한국 영화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이만큼 성장하여 이제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서구 영화의 일방적인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우리도 적극적인 생산자, 판매자로 나서게 됐다. 오는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된다. 시상식 무대에서 한국 영화가 트로피를 거머쥐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쾌거가 서구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한국 영화의 새로운 도약을 끌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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