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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금융그룹 하나씩 접수하는 국민연금… 3월 주총에 목소리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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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5곳 최대주주가 국민연금… 우리·JB도 주요주주
주주권 행사 강화 흐름에 법적 리스크 있는 금융지주 눈치

국민연금이 지난 8일 BNK금융지주(138930)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BNK금융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종전 부산롯데호텔 외 7개사에서 국민연금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14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BNK금융 지분율을 11.56%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건 낯선 일이 아니다. 이미 국민연금은 국내 대다수 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금융지주 지분율은 신한지주(055550)9.95%, KB금융(105560)9.55%, 하나금융지주(086790)9.68%, 우리금융지주 7.89%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지주 지분율도 7.89%로 정부(예금보험공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정부가 우리금융 지분 매각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우리금융 최대주주도 국민연금으로 바뀐다. 지방 금융지주 중에서는 DGB금융지주가 국민연금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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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9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맨 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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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상장사는 19개다. 이 중 4곳이 금융지주인 셈이다. 올해 최대주주가 된 BNK금융이나 조만간 최대주주가 될 우리금융까지 합치면 비중은 더 커진다.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최근 금융주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존재가 그나마 금융지주 주가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금융주에 투자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사가 국민연금의 행보를 마냥 편하게 지켜보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작년 12월 27일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명시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으로 인해 기업 가치가 훼손되면 기업과 대화를 하고, 이후 개선되지 않으면 정관 변경, 이사 해임 등 주주 제안을 한다고 돼 있다. 이 때 국민연금이 주주 활동에 나서게 되는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기업들의 불안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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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특히 국민연금은 경영진의 법률 위반을 결정할 때 법정 최종심이 아닌 국가기관의 1차 판단을 기준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심만으로 기업 가치가 크게 결정된다면 기업에 대응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며 "투자자에게 1심이든 확정심이든 별로 의미(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기업이 대화를 거부하거나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면 주주 제안 전에 거쳐야 할 단계를 단축하거나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조항도 만들었다.

현재 여러 금융지주가 법적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관련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조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일단락됐지만, 1심 선고에 따라 국민연금이 이후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있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금융감독원 제재 결과가 곧 나온다. 각각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에 대한 징계 여부가 걸려 있다. 손 회장도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최근 지주 회추위에서 연임이 결정됐는데, 금감원 제재심 결과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회장의 연임이 걸린 3월 주주총회에서 당장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가능성만으로도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규제 개선을 통해 국민연금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변수다. 현재 금융당국은 '10%룰' 개정을 진행 중이다. 10%룰은 특정 기업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주주가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 6개월 안에 발생한 단기 매매차익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규제가 있으면 국민연금은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공적연기금에 한해 10%룰 적용을 제외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국민연금은 적극적으로 지분율을 늘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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