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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세상은 결국 선(線)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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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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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아포리즘-71]

#176

세상은 궁극적으로 선(線)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177

사람들이 시인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기억이 난다. 학창 시절 강의를 하러 오는 외부 강사 시인이 계셨다. 당시 50대 초반쯤 되는 분이셨는데 강의를 하러 올 때 늘 세차가 잘된 흰색 중형 승용차를 손수 운전하고 오셨다. 어느 날 친구들과 교정에서 수다를 떨다 그 시인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게 됐다. 한 친구가 "시인이 자가용을 타면 되겠어. 가난해야 시인이지"라고 말하자 몇몇 친구들이 여기에 동조를 했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소가 나오는 장면이다. 자가용 승용차가 희귀하던 시절도 아니고, 빈부 문제가 시인의 자격을 결정하는 요건도 아닐 텐데. 어느새 우리 머릿속에는 그런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영혼만은 가난해야 할 것 같다.

남들이 환희로운 겉모습만 볼 때 나도 모르게 그 이면을 생각하는 사람. 우렁차고 근사한 것보다는 약하고 초라한 것에 눈길을 주는 사람. 그런 시각과 성정에 익숙한 사람이 시인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의 진실은 슬픔에 더 가까우니까. 인간은 결국 외롭고 쓸쓸하니까.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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