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을 연이어 싹쓸이했다. 지난해 전 세계 발주 물량의 80% 이상을 쓸어담은 것.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쏟아져 나올 LNG선 발주 물량 대부분도 한국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3년 연속 세계 조선 1위 수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14일 업계와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은 총 63척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총 51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을 필두로 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산하 조선계열사들이 23척을, 삼성중공업이 18척을 각각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0척을 수주했다. 세계 시장에 나온 일감 10척 중 8척 이상을 한국이 가져온 셈이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국 중국과 일본의 수주실적은 지지부진했다.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2척을 수주했지만 이는 자국 선주가 발주한 물량이었다. 일본 재팬마린유나이티드가 수주한 물량은 소형 LNG선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에 이은 LNG선 시장 독식이다. 당시 전 세계 발주 물량은 76척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한국은 이 가운데 88%인 67척을 수주했다. 불황기에도 꾸준히 축적한 LNG운반선 건조 기술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반대로 경쟁국은 LNG선 관련 건조능력 한계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조선업체 중국선박공업(CSSC)가 건조 중이던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 인도가 기술 부족 탓에 무더기로 지연됐으며 2018년엔 후둥중화가 건조한 LNG선 1척이 고장 탓에 해상에서 멈춰섰고 결국 폐선됐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 조선소 합병과 협업으로 한국을 뛰어넘는다는 청사진을 마련했지만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으로의 수주 쏠림 현상이 나타난 배경이다.
올해도 한국의 독식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사상 최대였던 2018년을 훌쩍 뛰어넘는 LNG선 발주가 예견된 상태다.
우선 카타르 발주 예정 물량이 최소 40척이다. 카타르가 엑손모빌과 미국 텍사스에서 추진하는 LNG 개발 프로젝트 '골든패스'(Golden Pass)에서도 30척에 육박한 발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모잠비크에서 진행되는 LNG 개발 프로젝트에도 15척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 3개 프로젝트에서만 80척 이상의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의 3년 연속 세계 조선 1위 수성 전망이 밝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이 2018~2019년 세계 1위를 지킨 원동력도 LNG선 시장 독식이었다. 세계 조선업계 수주 순위 기준 지표는 선박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을 반영한 환산 톤수인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인데 건조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LNG운반선은 수주 가치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정된 발주 물량이 실제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중동 정세 등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발주가 영향을 받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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