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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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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장 직급 50년 동안 그대로, 차관급 격상해야", 미술계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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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국인물미술사학회·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14일 오후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공동주최한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개편에 관한 긴급토론회-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미술계 관계자들은 국립현대미술관장 직급의 차관급 격상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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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문화정책이 시대변화에 얼마나 뒤떨어지는 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개편·운영에서 잘 드러납니다. 전문가가 맡는 미술관 관장·학예연구실장과 문화부 일반행정직이 맡는 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의 직급 변화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미술관 설립 후 50년 동안 이뤄진 직제개편에서 미술관의 최고 핵심인 관장직급과 학예연구실장직급은 승격 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입니다. 그런데 행정업무 지원인 기획운영단장(옛 사무장) 직급은 4급에서 3급, 2급으로 계속 올랐습니다. 지금은 관장과 기획운영단장이 같은 직급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상황으로 사실상 ‘2인 관장제’입니다. 이제 관장직을 적어도 같은 문화부 산하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장처럼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실제적 힘을 실어줌으로써 미술관이 문화선진국의 한 토대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학예연구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미술계의 고언이 또다시 나왔다.

14일 오후 서울 삼청로 한국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개편에 관한 긴급토론회-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란 주제의 토론회에서다. 한국인물미술사학회·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의 비정규직 전문임기제 직원의 정규직화 등 직제 일부 개편에 맞춰 이날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21세기 문화선진국을 위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직제 제안’을, 김진녕 미술에세이스트가 ‘국립현대미술관 직제개편의 역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최열 미술비평가의 사회로 김복기 경기대교수,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홍경한 미술비평가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준모 전 실장은 주제 발표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직제개편 과정에서 관장과 기획운영단장의 직급 승격 사례, 외국 유명 미술관 사례 등을 분석한 뒤 “관장직을 차관급으로 승격시켜 실질적 ‘2인 관장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4관을 통괄하는 관장의 직급(고위공무원 나급·2급 국장급)이 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의 직급과 같고, 문화부 산하기관으로 1급 기관장인 국립국어원장·중앙도서관장·해외문화홍보원장 등보다도 낮다”며 “기관의 규모나 실질적 역할 등을 볼때 최소한 국립중앙박물관장 등과 같이 차관급으로 승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국립현대미술관 직제 개편에 관한 긴급토론회-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직제개편인가?’란 주제의 미술계 토론회가 14일 오후 서울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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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는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의 규모나 향후 역할, 전문성 강화 등 여러 측면에서 관장의 직급을 차관급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차관급 격상을 “협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불신을 드러낸다. 이날 미술계 한 원로는 “옛날부터 문화부 장관들은 미술관장의 직급 격상을 말로는 얘기했지만 실제 의미있는 노력을 했는 지는 의문”이라며 “미술계에서 볼 때 문화부는 미술관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계속 확대·유지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인 기획운영단장 자리만 신경쓰는 것같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학예연구실장도 내부 승진이 가능하도록 현재 전문임기제 가급(4급 상당)에서 일반학예직 2급 또는 고위공무원단 나급(2급)으로 직급을 상향해 내부에서 공모가 가능토록함으로써 미술관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 많은 학예직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은 현재 관장, 학예연구실장 모두 ‘한시직’이어서 ‘백년대계’는 커녕 ‘십년대계’도 세우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획운영단이 비대하고 단장의 직급이 관장과 동렬인 것은 문화부의 미술관에 대한 지휘감독권 강화나 내부 승진·인사 순환 등에 미술관의 자리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득력이 없다”며 “기획운영단의 인원을 축소해 오히려 작품 등록업무를 하는 레지스트라 부서 신설 등 전문적 업무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도 과천관·서울관·덕수궁관·청주관의 4관의 기능 분리를 통한 고유한 특성 강화, 실력 있는 미술관을 위해 학예연구직들의 연구성과·실적을 따지는 연구풍토 조성, 미술관 직제개편 등에서 ‘유령’취급을 받는 미술연구센터의 아카이비스트나 수복보존·작품등록 등 전문적 업무에 종사하는 무기계약직 30명의 정규직화 등을 주장했다.

김진녕 미술에세이스트는 주제 발표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해 50주년을 맞았지만 학예연구실 중심의 전문성 강화 등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개관 이후 5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이슈’로 꼽았다. 그는 1969년 8월 27일자 경향신문의 “현대미술관 직제가 큐레이터를 핵심으로 하고 있지 않은 점, 관장 신분도 최소한 국립중앙박물관장급(1급)은 돼야 발언권이 설 것이고 앞으로 미술관의 실질적 운영과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경성 교수)이라는 기사 내용 등 그동안 언론과 미술계의 직제 개편 요구사항 등을 제시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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