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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잠수함에 붙이면 음파 탐지 장비 무력화 ‘메타물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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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교수 등 한·홍콩 공동 연구

경향신문

물체의 존재를 숨기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메타물질 기술’을 한국과 홍콩 연구진이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박남규 교수(사진)와 조춘래 연구원은 홍콩과학기술대 젠센 리 교수, 신화 웬 연구원과 공동으로 음향 파동을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가상화 음향 메타물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10여년 전부터 개발돼 일부 기술에선 상용화 단계에 이른 메타물질은 자연에 존재하는 원자를 흉내 낸 인공 구조물이다. 기존에 있는 자연계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물리적인 성질을 개발자의 의도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종전까지 나온 메타물질로 소리를 흡수하려면 다양한 주파수를 가진 음향에 대응하는 성질을 일일이 만들어야만 하는 게 문제였다. 한 방향으로만 고정된 채 서 있는 바람개비는 특정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야만 회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멈춰서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 한국과 홍콩 연구진이 만든 메타물질은 다르다. 특수한 디지털 신호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주파수가 달라져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물체의 모습을 숨길 수 있도록 했다. 바람개비 기둥이 바람 방향에 맞춰 수시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메타물질은 군수와 민수 용도로 폭넓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물질을 아군 잠수함 동체에 붙이면 음파로 상대의 위치를 잡아내는 탐지 장비인 ‘소나’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나의 음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적은 아군 잠수함이 코앞까지 접근해도 알 도리가 없다.

콘서트홀이나 음악회장 안에서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없애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리의 진행을 훼손시키는 기둥에 메타물질을 붙이면 소리가 막힘 없이 뻗어 나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가상화 메타물질’은 어떤 주파수가 날아와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특징”이라며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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