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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고흥군·신안군, 직원 외딴 사무소 배치…“눈 밖에 난 공무원 현대판 유배” 거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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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폄훼’ 군수 발언 외부 공개 의심 인물 등 2명 교환 인사

군수끼리 사전에 협의…200㎞ 떨어진 두 지역 교류 ‘이례적’

전남 고흥군과 신안군이 ‘파견’ 명목으로 공무원을 맞바꾼 뒤 외딴 사무소로 배치한 것은 군수들 간 사전협의에 따른 것이라는 공무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눈 밖에 난 공무원을 파견제도를 활용해 연고도 없는 곳으로 ‘현대판 유배’를 보냈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전남 고흥군과 신안군에 따르면 두 군은 지난 7일자로 ‘토목 6급’ 공무원 1명씩을 각각 상대 군으로 2년 동안 파견했다. 파견된 공무원들은 해당 군에서 가장 외딴 지역에 있는 사무소로 발령받았다.

고흥에서 신안으로 파견을 간 ㄱ씨는 고흥군청에서 자동차와 배로 이동 시간만 4시간28분이 걸리는 홍도사무소에 배치됐다. 신안에서 고흥으로 파견된 ㄴ씨는 고흥군청에서 가장 먼 읍·면인 봉래면사무소로 발령을 받았다.

파견은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두 군이 파견 요청 공문을 주고받은 것은 정기인사를 각각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과 31일이었다. 신안군은 1월1일, 고흥군은 1월2일자로 인사를 했다. 고흥군은 이 인사에서 봉래면 시설 6급 자리만 비워뒀다가 신안에서 파견된 ㄴ씨를 발령했다.

신안군도 1월1일자로 ㄴ씨를 군청에서 홍도사무소로 발령만 낸 뒤 곧바로 고흥군 파견자로 결정했다.

고흥에서 파견된 ㄱ씨는 ㄴ씨 후임으로 홍도사무소로 배치될 수밖에 없었다.

고흥군과 신안군은 그동안 한 번도 ‘파견’을 통한 공무원 교류를 진행한 적이 없다. 두 군은 200㎞ 정도 떨어져 인접 지자체도 아니다.

갑작스러운 공무원 파견은 송귀근 고흥군수와 박우량 신안군수 간 사전협의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흥군은 “인사권자인 두 지역 군수 사이에 파견에 대한 사전조율이 있었다”고 밝혔다. 신안군 역시 “군수가 (고흥군 파견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해 실무진에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파견된 공무원들은 소위 ‘문제 공무원’으로 분류돼 군수들의 눈 밖에 났던 사람들이다. ㄱ씨는 지난해 ‘촛불집회’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고흥군수의 발언을 녹취해 외부에 알린 인물로 의심받고 있었다. ㄴ씨는 지난해 감사에서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고흥군은 아예 ‘조직의 경각심 고취를 위해 가급적 최근 징계 처분자나 물의 야기자 중에서 선정’이라는 기준을 파견자 선정에 적용하기도 했다.

고흥군과 신안군 인사담당자들은 “두 군의 섬 지역 개발사업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파견이 진행된 것”이라며 “외딴 지역으로 발령한 것은 사전에 의도하지 않은 것이고, 본인들도 파견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지자체 인사담당자는 “타 기관으로 공무원을 파견할 경우 우리 기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징계를 받았거나 물의를 빚은 사람은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파견 요청서도 선정 절차 등을 감안해 최소 한 달 전에는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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