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31 (금)

‘살찐고양이법’ 등 이젠 사학법에 눈돌려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치원 3법 이후 사학 운영의 투명성 높일 추가 대책 필요성

교육부 혁신방안 실효성 위해 사학법 개정 논의 탄력 붙을 듯

#1. 경기도에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ㄱ씨 부부는 지난해 1월 자신들의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이사장인 남편은 월 3000만원의 급여를, 원장인 부인은 연 3억6000만원의 급여를 받도록 한 ‘셀프 계약’이었다. 부부가 유치원에서 급여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만 연간 7억원이 넘는다. 당시 사립유치원 비리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교비를 빼돌리기 어렵게 되자 급여를 대폭 올리는 꼼수를 쓴 것이다.

#2.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한 사학법인 임원의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임원 보수 규정을 ‘공무원에 준한다’고 한 정관도 소용없었다. 이 임원은 연봉에 더해 차량 제공 및 각종 수당으로 연간 수천만원을 더 챙겨갔다.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기도 했지만 해당 사학법인은 쉬쉬하기 급급했다.

유치원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지만 사립학교 운영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립학교 설립자나 임원들의 과다한 급여 문제다. 사립학교법에선 사학 임원들의 보수 제한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교비가 새어나가는 주요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14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의안 현황을 보면 여영국 정의당 의원 등 10명이 공동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계류돼 있다. 일명 ‘사학법인 살찐고양이법’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은 사학법인 임원의 보수를 최저임금액의 연 환산액 5배 이내(2019년 기준 1억471만원)에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각종 부담금을 내지 않은 법인에 대해선 임원에게 보수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의 국회 통과는 물론 그 적용 대상도 개별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모든 사학이 되게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용환 비리사립유치원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ㄱ씨 부부의 경우 급여 외에도 초과근무나 성과 수당을 따로 받을 수 있게 해놓아 대체 얼마를 유치원에서 가져가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라며 “유치원 3법이 통과돼 이 같은 변형 빼돌리기 수법이 성행할 것으로 보여 반드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유치원 3법 통과는 환영할 일이지만, 같은 범법 행위인데도 법인 유치원과 개인 유치원에 대한 법률 적용이 달라 처벌의 형평성을 갖추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학교운영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립유치원운영위원회(사립학교 포함)를 심의기구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치원 3법 통과를 계기로 국회에 계류 중인 여러 건의 사학법 개정안들도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는 회계부정을 저지른 사학 임원을 형사처벌토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 형식적이라고 지적받아온 사학의 외부 회계감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 등이 제출돼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사학혁신 방안’도 실효성을 가지려면 사학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2월에는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사학혁신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사립대학 종합감사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교육부에도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