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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재확인한 文대통령 신년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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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장관의 검찰인사 적극 옹호 / 맹목적 ‘한반도 평화 환상’ 여전 / 경제 진단도 실제와 괴리 심해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국정 구상을 밝혔다. 100여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희망의 새싹이 확실한 변화로 열매를 맺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 적지 않다. 난국에 처한 경제 상황과 대결 일변도의 정국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검찰 인사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숨기지 않은 반면, 추미애 법무장관의 8일 검사장급 인사는 적극 옹호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 여권에 대한 수사는 강도 높게 벌이면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연루된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는 흐지부지 뭉개고 있다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인식이 반영돼 있다. 권력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수사팀 지휘라인을 전원 교체하고 관련 부서 직제개편을 단행한 것은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지층만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런 인식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조국 사태로 빚어진 국정혼선과 국론분열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었다.

맹목적인 ‘평화 환상’도 여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재차 확인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경협 강화를 거듭 강조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남쪽을 향해 “끼어들지 말라”고 면박하면서 ‘통미봉남’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도 ‘북한 비핵화’는 언급하지 않았다. 비핵화 노력 없이 남북관계 개선만 부각될 경우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 현실에 대해서도 냉철한 진단이 결여돼 있다. 문 대통령은 “부정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 지표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경제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기업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 일로이고 수출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해 부각시키고 싶은 대목만 강조해서는 올해도 ‘확실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제 신년 기자회견은 ‘마이웨이’ 국정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만 확인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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