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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여당, ‘패트법’ 일방 처리가 자축할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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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이 그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마무리짓고 자축 파티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신년 만찬을 명분으로 내건 이 자리에는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내표 등 지도부와 소속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8개월여에 걸친 동물국회라는 치욕을 씻고, 국민 불신을 해소시킬 지혜를 짜내는 자리였다면 그럴 수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국회 본회의 개의 전에 모임 장소·시간을 통보하고 ‘짜여진 각본’처럼 일사천리로 표결을 강행했다. 만찬에서 자성의 목소리는 한마디 없이 ‘검찰개혁’ ‘총선압승’이라는 건배사만 오갔다고 한다. 공천관리위원장인 원혜영 의원 발언에 ‘원혜영’을 연호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민심을 외면하는 여당의 이런 오만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졸속처리된 패스트트랙 법안 곳곳이 허점투성이다. 헌법재판소는 2016~2018년 ‘게임의 룰’인 선거법 56·57·60조 일부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위헌 결정을 내렸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과도한 기탁금과 지역구 예비후보자의 공천 탈락 시 기탁금 반환조항 미비 등이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자치경찰제 실시와 정보경찰 축소 등 경찰권력 분산안은 빠진 채 검찰 손발만 묶었다. 야당을 힘으로 찍어누른 데 대한 겸허한 반성과 후속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집권당의 책무는 크고 무겁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안 없는 반대와 장외투쟁을 일삼은 것도 잘못이지만 여당이 제1야당과의 대화와 협상에 소홀한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런데도 여당의 마음은 총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다. 여당의 태도를 보면 이미 총선에서 승리한 듯하다. 이처럼 과도한 선거 의지는 정책대결을 막고 편가르기와 혼란을 부추기는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다. 가뜩이나 4·15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청와대 참모 출신이 60여명에 이르는 데 대한 국민의 반감도 적지 않다. 그제 민주당 의원들이 들어올린 축배가 선거를 치른 뒤엔 독배로 바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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