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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강인선의 워싱턴 Live] "사업가 트럼프, 北과 협상 가능할 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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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친한파 브레인' 퓰너 인터뷰

"방위비 50억불 요구는 협상 숫자… 해결책은 그 중간 액수에 있어… 한미 가깝다, 美가 거칠어졌을뿐"

조선일보

한·미는 14~15일(현지 시각) 이틀간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갖는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애초 한국이 기존에 내던 방위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50억달러를 요구했으나 최근 40억달러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의 대표적 친한파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요구했다는 50억달러는 협상 시작 때 숫자일 뿐 해결책은 중간에 있을 것"이라며 "그 (중간의) 액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 싱크탱크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그는 요즘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 내부 분위기를 가장 잘 아는 인사로 꼽힌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9일 두 차례 이뤄졌다.

―미국이 최근 한발 물러섰다지만 50억달러 요구에 한국은 여전히 엄청난 압박을 느낀다.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약 2만8000명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중 한국 측 부담을 더 늘리기를 바란다는 것은 알고 있다. 새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을 비롯해 한국이 엄청난 기여를 해왔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점들을 다 감안해 무엇이 가능한지 얘기해야 한다."

조선일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미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다는 50억달러는 협상 시작 때 숫자일 뿐 해결책은 중간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형주 기자


―워싱턴에서조차 트럼프 행정부 요구가 무리라는 시각이 많지 않은가.

"의회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상기시키는 문제가 있다. 주한미군 2만8000명이 미국으로 오면 우리가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육해공군, 해병대 2만8000명을 태평양사령부의 일부로 유지하려면 그들이 어디에 있든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해주길 바라지만 동시에 미국도 상당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

―북핵 문제, 방위비 협상 등을 둘러싼 이견이 계속되면서 한·미 동맹이 최악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미 관계에 부침은 늘 있었다. 다만 미국이 달라졌다. 나는 한국 친구들에게 한·미는 여전히 가깝지만 과거에 비하면 미국이 더 거칠어졌다고 얘기한다. 새 질서 속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다. 한국은 성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갖는 기대도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방위비 증액 압박 논리가 그런 맥락 아닌가.

"한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강하게 공격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미국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을 더 강하게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G20 국가들, 선진 경제 국가들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은 그렇게 했고 중국은 거부했다. 세계은행 등 워싱턴의 국제 금융기관들은 한국이 새로운 국제질서의 선임 멤버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트럼프가 드론으로 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를 폭살했다.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있나.

"미국과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것 아니겠나."

―교착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에 조만간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미국은 진지하게 대북 제재를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에서는 물론이고 사업을 하면서 평생 협상을 해온 사람이다. 다시 마주 앉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 이를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탄핵 등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이 트럼프 정부 외교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탄핵 관련 상황은) 트럼프를 선거 측면에선 오히려 도와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중간선거 때 이탈했던 표들이 오히려 트럼프 지지로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의 첫 번째 고려사항은 미국 국익이다. 미국인들은 미국이 더 자신감 있게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봤다. 설사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지더라도 미국이 부시·오바마 시절로 다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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