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발열 의류, 태양전지를 옷감에 바로 코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발열내의는 운동을 해서 체온을 올려줘야 더욱 효과적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추운 겨울에 외출해도 따뜻함을 유지해주는 발열 의류가 대세입니다. 사람은 추운 곳에서 피부를 노출하면 피부에서 나오는 열로 피부 주위의 공기가 데워져 몸의 열을 빼앗기기 때문에 추위를 느낍니다. 그동안 겨울 의류는 열 손실을 줄이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솜옷이나 오리털, 거위털 패딩은 충전재가 공기를 가둬 몸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단열성 원리가 적용된 보온 효과를 극대화한 의류입니다. 요즘은 얇아도 입으면 따뜻해지는 발열성 소재가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겨울 의류가 열 손실을 줄이고, 체온을 유지하는 보온에서 스스로 열을 내는 발열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 발열 의류의 소재는 금속입니다. 금속을 섬유의 소재로 사용한다고 해서 겨울철 단골손님인 핫팩만큼 뜨거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까지 온도가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핫팩은 보통 50~60℃를 유지하는데, 발열의류는 그보다는 낮습니다.


태양열을 흡수해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광발열 섬유의 경우 햇빛을 받은 뒤 1~2초 만에 온도가 10℃ 이상 오르고, 10~20분 정도 지나면 몸에서도 1~2℃ 정도 체온이 상승한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직 자가 발열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부의 배터리 등을 이용해 온도를 높여주는 의류도 있지만 자가 발열 의류는 그 정도가 지금으로서는 한계라고 합니다. 아주 추운 날에는 발열내의를 입고도 따뜻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움직여 땀을 내지 않거나, 온도가 크게 높지 않아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흡광축열섬유기술'입니다. 흡광축열섬유는 태양의 열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이를 인체로 다시 보내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가진 섬유입니다. 이 기술은 태양광을 흡수하는 금속인 '지르코늄(ZrC)'이 있어 가능한 기술입니다.


지르코늄은 태양광의 95%인 적외선, 가시광선 이상의 단파장 영역에서 흡수율이 높은 물질입니다. 태양광을 열에너지로 전환해 축열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지요. 지르코늄을 이용해 의류를 만들면 태양광의 95%를 의류내에서 흡수해 에너지로 변환, 원적외선으로 방사하게 됩니다.


원적외선 영역에서는 반사율이 높아 의류내에 에너지가 축적되는 원리입니다. 흡광축열섬유는 '탄화지르코늄'과 '산화지르코늄'의 태양광을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해 만듭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원사의 중심부에 탄화지르코늄을 혼입해 섬유를 만들고, 그 섬유로 의류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흡광축열섬유기술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섬유가 '솔라리나'입니다. 솔라리나는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된 축열섬유인데, 태양광을 섬유가 흡수, 축적 시켰다가 이를 열에너지로 전환해 인체에 방사하는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태양열을 흡수하고 체온의 적외선 단열효과 등으로 일반 직물에 비해 4~5℃ 정도 높은 보온효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항시발열'도 요즘은 기본입니다. 항시발열은 태양광 발열기능과 인체의 체온을 복사해 스스로 열을 내는 자가발열 기능을 동시에 갖춘 기술을 일컫습니다. 태양이 없는 야간에도 발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지요.


야외에서 태양광의 열선을 증폭시켜 오리털보다 5℃ 이상 따뜻하게 하는 기능을 발휘하고, 태양이 없는 야간에는 인체의 체온을 복사해 스스로 열을 내는 자가발열 기능을 갖췄습니다. 이전의 발열의류가 햇빛이 있을 때만 발열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항시발열 기술이 개발되면서 햇빛이 없는 실내나 야간에도 발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내 조명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에어로히트 기술은 태양빛이나 실내 조명에서 발산되는 원적외선을 활용해 섬유자체에서 열을 내는 기술입니다. 미네랄이 함유된 원사가 외부의 빛을 흡수해 열에너지와 원적외선 형태로 열을 방사하는 반영구적 광발열 소재입니다.


'솔라볼'도 주목받는 발열 섬유 중 하나입니다. 솔라볼은 특수 개발된 나노 케미컬 입자가 태양광을 받으면 서로 충돌하며 자체 발열하는 차세대 충전재입니다. 섬유와 섬유 사이에 충전재를 끼워 넣은 것이지요. 빛이 없는 실내와 야간에는 인체의 원적외선을 증폭시켜 따뜻함을 유지해줍니다.

아시아경제

직조기에서 전극을 만들고, 이 전극 위에 나노 태양전지를 코팅한 발열의류도 개발돼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솔라볼은 오리털보다 가격은 최고 3배 저렴하지만 일반 충전재보다 공기 함유량이 많아 보온 효과가 크며, 오리털이나 거위털을 대체할 수 있는 '윤리적인 제품'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직조물 구조의 섬유형 유연태양전지가 화제입니다. 명칭은 태양전지인데 옷감처럼 유연성, 기계적 내구성, 경량성, 내충격성을 지녔습니다. 직조기에서 금속섬유와 유리섬유, 천연섬유 등 옷감을 짤 때 3차원 직물의 형태로 직접 전극을 만들고, 이 전극 위에 나노 소재를 코팅해 제작할 수 있습니다.


섬유, 즉 옷감 자체가 태양전지인 웨어러블 발열의류가 되는 것입니다. 이 직조형 태양전지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발열의류 시장의 판도는 다시 한 번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