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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씨네톡] 주체성과 평등에 대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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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18세기 프랑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산책 친구로 위장, 비밀스럽게 그를 관찰한다. 그리고 점차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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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 [사진=그린나래미디어㈜]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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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를 비롯해 '톰보이'(2011), '걸후드'(2014)로 주목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동시대 여성들의 욕망과 그 속의 정체성을 이야기했던 그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길을 택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억눌린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받아들이고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을 찬찬히 담아낸다. "삶의 길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른 길을 택한 여성들의 용기, 사랑에 바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 귀족과 고용된 화가, 하인이 친밀한 우정을 나누는 장면 등을 주요하게 다루며 평등한 관계에 관한 화두도 던진다.

퀴어 영화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도 독특한 구성이 주는 재미는 챙겨갈 만하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제한된 인물 등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 이것이 주는 색다른 긴장감, 설렘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가장 비극적인 사랑으로 알려진 오르페우스 신화를 이야기 전면에 내세웠단 점도 인상적이다. 극중 주인공들이 나누는 오르페우스 신화는 영화의 엔딩에까지 차용돼 깊은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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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 [사진=그린나래미디어㈜] 2020.01.14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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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놓쳐서는 안될 관전 포인트다. 프랑스 대표 배우 아델 에넬이 결혼을 거부하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 역을, 신예 노에미 메랑이 마리안느 역을 맡았다. 조금씩 달라지는 두 배우의 눈짓과 몸짓을 관찰하며 그들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꽤 흥미롭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지난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받았다. 그해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치열하게 경쟁한 작품이기도 하다. 제77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도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경쟁을 펼쳤다. 오는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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