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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신간] 다크룸·나의 사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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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다크룸 = 수전 팔루디, 손희정 옮김.

1980년대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움직임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예리하게 분석해 페미니즘 필독서로 자리 잡은 '백래시'의 저자가 여러 면에 걸쳐 경계인으로 산 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마초적이고 폭력적이던 가부장의 전형으로 기억 속에 남은 아버지가 이혼 후 가정을 떠난 지 수십년 만에 이메일을 보내 76세에 태국에서 성별 정정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보내온다.

빨간 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은 아버지 모습을 담은 동봉 사진에는 '스테파니'라는 새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저자는 이 극적인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모국 형가리로 돌아간 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역사와 개인사의 격랑 속에 늘 자신을 가장해야 했던 아버지의 여러 이름과 정체성을 만난다.

부다 지역 귀공자이자 유대인으로 태어날 때 이름이 이슈트반 프리드먼이던 아버지는 헝가리의 민족 동화 정책에 부응해 열여덟에 '헝가리인다운' 이름 팔루디로 성을 바꾸고 유대인 학살의 광풍을 피해 가려 했다.

그래도 탄압을 피할 길 없어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사진가 스티븐으로 살며 '정상 가족'의 가장이 되기를 원했지만 이혼이라는 실패와 함께 생애 마지막 시기를 모국 헝가리에서 정숙한 노부인 스테파니로 보내다 세상을 떠난다.

저자는 "페미니스트로서 나의 정체성은 아버지가 겪은 '정체성 위기'의 잔해, 자신이 선택한 남성적인 페르소나를 주장하지 못한 좌절에서 태어났다"고 썼다.

아르테. 644쪽, 3만3천원.

연합뉴스


▲ 나의 사자 아이 = 엘레나 피린 지음, 신흥민 옮김.

뇌성마비 장애인 아들을 둔 언론인 엄마가 아이를 입양할 때부터 초등학교 4학년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아이와 함께 성장한 과정을 기록했다.

사자를 좋아하던 저자는 젊은 시절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남편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둘이 함께 부모를 잃었거나 위험에 처한 새끼 사자를 보호하는 구역을 여행하면서 아이를 입양할 것을 결심한다.

마침 이렇게 입양한 아이는 머리카락이 붉은 갈색인 데다 숱까지 무성해 사자 갈기 같아 보였다. 자연스럽게 '사자'라는 뜻의 '레오'로 이름을 지었다.

경증 뇌성마비가 있는 레오는 언어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잘 걷지 못하고 늘 침을 흘리며 움직임이 아주 느리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아들이 정글에서 절름발이로 태어난 새끼사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부모의 의지가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두고 아이가 스스로 해결 방식을 결정하도록 이끄는 지혜를 익혀 간다.

한울림스페셜. 320쪽. 1만6천원.

연합뉴스


▲ = 데이나 슈워츠 지음, 양지하 옮김.

1993년생 '밀레니얼 키드'인 저자 세대는 중산층 백인 여성들은 대체로 같은 계층의 남성과 동등한 교육 수준을 갖춘 소녀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속류화한 페미니즘 세례를 받고 자랐다.

그리고 여자도 야심을 가져야 하며 이제 이전 세대 여성을 가로막은 모든 벽과 유리천장은 곧 사라질 것이고 너희가 그중 일부를 부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성장해서 사회로 나아간 이 여성들은 자신들이 꿈꾼 장밋빛 미래가 환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겪은 바로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페미니스트 여성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한 상황과 거기에서 오는 당혹스러운 감정들을 낱낱이 드러낸다.

오월의봄. 372쪽. 만7천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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