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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450년 오케스트라 최초 여성 악장 이지윤 "오케스트라 무경험이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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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에 색을 채워나가는 느낌이 플러스가 됐다고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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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이지윤. (사진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2020.01.14. realpaper7@newsis.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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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신선함’이 가장 어필했던 것 같다. 30년이 넘도록 활동한 단원들도 많았고, 딱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시기에 타이밍이 좋게 제가 오디션을 보게 됐다. 종신 단원 임명 후에 단원들이 얘기해 줬는데, 제가 오케스트라 경험 없이 들어온 것이 마치 하얀 도화지에 색을 채워 나가는 느낌이라, 플러스가 됐던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

450년 역사의 독일 명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초의 동양인이자 여성 악장인 이지윤(28)이 오는 16일 ‘2020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앞두고 내한했다. 그는 2020 금호아트홀 선정 상주음악가다. 금호아트홀은 2013년 당시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내에는 덜 알려졌던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금호아트홀 첫 상주음악가로 선정해 선보였다.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과 조진주, 양인모,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박종해, 그리고 첼리스트 문태국까지 준비된 젊은 클래식 인재들이 금호아트홀 무대를 발판 삼아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에서 콜야 블라허(베를린 필하모닉 악장 출신)를 사사한 이지윤은 2017년 오디션을 통해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악장으로 임용됐다. 이어 이례적으로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8년 5월 단원 투표결과 만장일치로 종신 악장에 최종 임명됐다. 28년 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컨덕터 포 라이프 Conductor for Life’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의 전폭적인 신임과 지지 또한 받고 있다.

이지윤은 오디션 당시를 떠올리며 “적절한 타이밍과 오히려 오케스트라 경험이 없던 하얀 도화지와 같은 상태”가 기회를 얻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베를린에서 6년 정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칠 무렵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블라허 선생과 나눌 때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오케스트라에서 각 대학 교수들께 악장 오디션에 학생을 추천해달라고 했고, 선생님께서 제가 뀌뜸해주셨다. 사실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응시했는데 운이 매우 좋았다. 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엑섭(솔로 파트)을 반드시 공부해야 했는데, 블라허 선생님께 직접 배우며 좋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던 점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오디션장에서 처음 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에 대해서는 “옆집 할아버지 같이 친근해 놀랐었다”고 회고했다. 유대인인 바렌보임은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와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꿈꾸는 세계적인 음악가다. 아주 엄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포디움에 서 있는 그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음악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또, 모든 곡을 대할 때에는 처음 연주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말씀해주는 소년 같은 분이다. 그는 본인이 직접 지휘할 때도 늘 그렇게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에는 3명의 악장이 있다. 이지윤은 현대곡 레퍼토리를 많이 맡고 있다. 이지윤은 “악장 한 명이 1년에 약 35주 일하는데, 관심 있는 장르에 먼저 지원할 수 있다. 저는 현대곡에 관심이 많아서, 위촉곡 같은 현대 레퍼토리에 지원해서 연주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악장 셋이 연령대나 환경이 다르다. 저는 솔리스트로도 활동하고, 다른 한 분은 빈 국립음대 교수고, 또 다른 분은 네 명의 아이가 있어 다 같이 스케줄에 대해 얘기한다.”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이지윤은 피에르 불레즈홀, 베를린 필하모니를 비롯한 유서 깊은 유럽의 주요 공연장에서 잇달아 협연 및 독주 무대를 선보이며 보수적인 독일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베를린의 큰 여름 이벤트인 슈타츠오퍼 피어 알레(Staatsoper für Alle) 야외 공연 협연자로 선정돼 다니엘 바렌보임의 지휘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다.

베를린 자이퉁은 이 공연을 앞두고 “이지윤의 종신악장 임명은 분명 작은 센세이션이었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400년 넘은 이 긴 역사 속에 한 번도 여성이 이 자리에 오른 적이 없다” 라며 “이지윤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목소리를 완벽히 전달하고 있다”고 썼다.

칼 닐센 콩쿠르에 우승하며 부상으로 2018년 발매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의 데뷔 음반 ‘코른골트 & 닐센 협주곡집’은 ‘그라모폰’과 ‘BBC뮤직 매거진’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연이어 선정됐다. 같은 해 발매한 시마노프스키, 버르토크 등의 작품을 담은 ‘Mythes’ 독주 앨범은 ‘그라모폰’으로부터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미래가 촉망되는 아티스트임을 공고히 하는 또 하나의 좋은 앨범”이라는 평을 얻었다.

2020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프로젝트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과 함께 ‘새로운 신화’라는 주제로 4번의 무대를 선보인다. 이지윤은 2020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프로그램으로 1월 16일(목) ‘2020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5월 7일(목) ‘The Art of Strings’, 8월 27일(목) ‘Sensation’, 12월 10일(목) ‘adventure & Fantasy’까지 총 4회 음악회를 유럽의 여러 실내악 파트너들과 선보인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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