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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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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제안한 박원순 "정부에 부담 줄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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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한반도 군사훈련 중단' 제안

간담회서 "꽉막힌 남·북 돌파구 마련"

국무부에도 전달…"좋은 반응 기대"

"청소년 꿈 건물주, 희망 없다는 뜻

각자도생은 각자 죽어나가는 사회

국가가 다 해주는 공공성 확대돼야"

중앙일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현지시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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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유치를 위해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14일(현지시간) "한국, 미국, 심지어 북한에도 받아들여져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시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남북이 꽉 막힌 상황에서 뭔가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제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좌담회에서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해 2022년 베이징 겨울 올림픽 때까지 한국·미국·북한의 잠정적 군사훈련 중단과 대북 제재 완화, 방위비 분담금의 합리적 조정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브라이언 블라타오 미국 국무부 차관을 만나서도 이 같은 제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반응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올림픽 행사 개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경제 번영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모멘텀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 제안을 전해 들은 미국 측은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스나이더 CFR 선임연구원은 담대하고 창의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고 박 시장은 전했다.

군사 훈련 잠정 중단은 비핵화 협상과 분리할 수 없다는 지적에 박 시장은 "제재 완화는 북핵의 해결, 비핵화와 직결돼 있다"고 인정하면서 "다만, 유엔 제재 안에서도 빈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국과 북한 모두 잠정적으로 (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것이어서 상호적"이라면서 "북한이 더 큰 도발을 하면 언제든지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위나 대응 태세에 변화는 없다고 본다"면서 "한시적으로, 주변 모든 국가가 함께 하는 거니까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미국에서 제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로서 발표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뜻은 없다'면서 "서울시장이 왜 군사훈련 중단을 말하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2032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 시기가 얼마 안 남아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제안을 반길 수 있다는 근거로 박 시장은 "북한도 군사 훈련을 생존 위협으로 느낀다. 이것을 중단하는 것은 굉장히 큰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을 무대로 끌어들일 굉장히 좋은 제안이며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북한의 불만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실현된 게 있냐, 제재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지 않으냐,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어떤 교류를 하겠느냐는 것"이라면서 "풀 수 있는 좋은 방법이고, 우리 정부와도 결이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집값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을 제시했는데 저와 똑같은 기조"라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를 높여 자산 격차를 줄이고 그 보유세로 공공기금을 만들어 부동산을 계속 매입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싸게 공급하면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면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과 청소년 꿈이 건물주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성 확대를 강조했다. 박 시장은 "각자도생은 각자 알아서 살라는 표현인데, 우리는 각자가 죽어나는 사회"라면서 "교육 격차, 자산 격차, 건강 격차 심화를 해결하는 것이 공공성 강화"라고 말했다.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서는 "이 속도라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멸종하는 곳이 한민족일 것"이라면서 "독박 육아 등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하는 세상에선 아무리 정책을 펴도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과 출산, 교육, 일자리, 주거를 유럽 국가처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복지를 낭비나 소모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반민족적 사고를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이건 예산이 아닌 결단의 문제"라면서 "쓸데없는 예산을 줄일 곳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와 사회의 분열에 대해 "현실정치 속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면 모든 사람이 '루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독일의 대연정을 언급했다. 박 시장은 "총선 후에는 연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나 얘기했었다"면서 "이를 온몸으로 느끼는 분이 문 대통령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연정을 보면 "외무·국방·내무 등 중요한 장관직 절반 이상을 주고 진정 국가 운영을 같이하겠다는 결의가 있더라"면서 "모든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이 큰 국민적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분열된 사회에 대해 박 시장은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중간층이 튼튼해야 한다"면서 "합리적 진보, 합리적 보수, 중간층이 크게 차지해야 사회가 흔들리지 않고 극단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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