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회기동 숨프로젝트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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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에 있는 회기동에는 ‘재미있는 작은 동네 이름들’이 있다. 회기동의 상징과 같은 경희대 정문에서 나오면 대로를 중심으로 동네가 양쪽으로 나뉜다. 경희대의료원이 있는 서쪽과 그 반대편 청량초등학교 가는 방향의 동쪽이다. 대로 양옆으로 실핏줄 같은 작은 골목들이 퍼져 나간다. 과거 경희대 학생들은 이 동네에 자신들만의 이름을 붙였다. 경희의료원이 있는 오른편은 ‘강남’, 그 반대편이 ‘강북’이다. 지금은 각각의 개성을 잃고 대동소이하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강남에는 고급 레스토랑, 카페들이 자리 잡았고 강북에는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분식점, 식당들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오히려 강북이 강남을 지명도 등에서 압도한다. 물론 매스컴의 힘이다. 2019년 초에 이 ‘강북’의 한 골목이 TV 프로그램 ‘골목식당’에 등장했다. 동네 이름은 ‘벽화골목’이다. 이 벽화골목은 경희대에서 회기역까지의 최단거리 도보 루트다. 해서 유동 인구도 많았다. 이 골목에 벽화들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이 골목을 ‘벽화마을’ 혹은 ‘벽화골목’이라고 했다. 경희대생들이 좁고 우중충한 골목에 색과 모양으로 생기를 불어넣었고 2016부터 서울시의 ‘숨프로젝트’에 의해 더욱 활성화되었다.
경희대학교(사진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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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골목의 벽화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대학생들의 열정은 물론 그들의 고민도 발견하게 된다. 학사모를 하늘로 집어 던지는 졸업생 모습. 하지만 자세히 보면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기도 하고, ‘이제는 빚쟁이가 아닌 사회인으로 졸업하고 싶습니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오는 그림과, 그 옆에 있는 ‘우리들의 희망, 반값 등록금’이라는 글도 눈에 꽂힌다. 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옆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대학생의 모습도 그들의 고민 지점을 알려준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라는 글은 SNS 시대 밀레니얼 세대의 고독을 표현하고, 베어진 사과를 입에 물고 사과에 이어폰을 연결해 귀로 듣고 있는 벽화, 가방을 물고 있는 거대한 악어, 유인원에서 인간 그리고 결국 돼지로 변하는 인간의 탐욕을 꼬집는 벽화도 눈에 들어온다. 인상적인 벽화도 있다. ‘사용자명 대한민국, 도서명 외규장각, 대출일 2011년, 반납일 2016년’. ‘본 확인증은 다음 반납 시까지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인 프랑스 국립도서관 발행의 도서 대출 인증도 기억에 남는다.
회기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희대학교는 1960년에 본격적으로 서울캠퍼스를 건설했다. 이후 1965년 동양의과대학을 인수해 한의과대학의 초석을 만들었고 1998년 호텔경영전문대학도 설립해 경희대만의 특화를 이루었다. 경희대 캠퍼스는 넓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고황산의 한쪽을 차지한 캠퍼스는 다양한 모양의 건물과 호수, 벚꽃, 목련이 어우러진다. 또한 축제 기간에는 회기동 주민은 물론 많은 사람이 꽃구경하러 올 정도로 서울에서 대표적으로 멋진 곳이다.
이 회기동은 이름 그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동네의 매력을 갖추었다. 조용하지만 활력 넘치고, 작지만 개성 있는 가게들이 제법 맛집 풍모까지 자랑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원래의 한자 음인 ‘품을 회’까지 결합한다면 회기동은 ‘다시 돌아오면 품는’ 꽤 괜찮은 동네인 셈이다.
[글 장진혁 사진 위키피디아, 회기동 숨프로젝트 페이스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3호 (20.01.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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