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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팝업리뷰]'해치지않아', 동물 위장근무도 통한다..상상력이 만든 착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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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해치지않아' 포스터


[헤럴드POP=천윤혜기자]동물탈을 쓰고 위장 근무를 하는 '극한직업'에 빠진 동물원 사람들. 참신한 소재만으로도 확실한 웃음을 보장한다.

'해치지 않아'는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극한직업' 제작사가 의기투합했다.

소재만으로도 신선함을 뛰어 넘는 상상 불가의 기발함을 엿볼 수 있다. 만화적으로는 가능할지언정 실사로 구현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 정도.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 역시 의문스럽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그럴 법하다'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해치지않아'. 캐릭터들의 동물 분장을 보면 그 리얼함에 순식간에 빠져들고 만다. 방사장 속에 있는 가짜 동물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관람객들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캐릭터들의 동물 위장 근무에 흠뻑 빠져든다.

이 과정 자체는 코미디의 연속이다. 황당무계한 설정인 만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끊임없이 웃음을 유발한다. 특히 북극곰이 콜라를 마시는 설정은 영화에서 가장 큰 웃음을 담당하는 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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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지않아' 스틸


영화는 의미 없는 웃음만을 남발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동물원 내 동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동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던지는 관람객들, 자연이 아닌 한정된 방사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고통을 겪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은연중에 드러내며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담아냈다. 이를 강요하거나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절정의 웃음으로 향하기까지의 과정이 루즈하게 그려지며 예열의 시간을 다소 길게 갖는 지점은 아쉽다. 태수가 왜 동물 위장을 선택해야 했는지 그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이는 빠른 전개로 끊임없이 웃음을 주는 최근의 코미디 추세와는 조금은 다른 결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억지 웃음이 아닌 상황 요소요소마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낸다는 점은 '해치지않아'만의 독보적인 장점이다. 또한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이 그 어느 영화보다 돋보이며 영화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은 동물원장부터 수의사, 사육사 등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동물 탈을 쓰고 1인 2역을 해내야했다. 15kg에 육박하는 동물 수트를 입은 채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특히 고릴라를 연기한 김성오는 가장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안재홍은 북극곰 연기는 물론 수습변호사 태수의 열등감을 짠하게 그려내며 안재홍 표 짠내 나는 연기를 또 한번 보여줬다.

연출을 맡은 손재곤 감독은 "동물 탈을 쓰고 동물 연기를 하는 영화는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이런 코미디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소재가 주는 신선함과 개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해치지않아'만이 가지는 독특한 설정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달콤, 살벌한 연인'과 '이층의 악당' 등을 통해 코미디계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했던 손재곤 감독의 10년 만의 복귀작 '해치지않아'가 차별화된 소재로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개봉은 오늘(15일).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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