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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작년은 일자리 반등의 해”라는 말 누가 곧이듣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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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5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기 위해 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고용 상황을 두고 “취업자·고용률·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모두 개선되면서 V자형 반등을 했다”며 “양적·질적으로 뚜렷한 개선 흐름을 보인 ‘일자리 반등의 해’였다”고 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고용동향’을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은 30만1000명으로, 3년 만에 30만명대를 회복했다. 고용률도 60.9%로 22년 만에 최고치다.

‘고용 호황기’를 맞기라도 한 것일까. 실상은 전혀 다르다. 통계 세부내역을 뜯어보면 ‘세금으로 부풀린 숫자놀음’임을 알 수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37만7000명에 달했고, 그중 65세 이상이 22만7000명이었다. 1∼17시간 단기 취업자 증가폭도 30만1000명에 이르렀다. 세금 살포로 늘린 노인의 단기 공공 일자리가 지표를 장밋빛으로 만들었음을 말해준다. 이런데도 경제를 책임진 부총리가 ‘양적·질적 개선’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연간 실업률은 지난해 3.8%로, 2001년 이래 가장 높았다. 실업자는 4년째 100만명대다.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2.9%로, 2015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높았다. 청년 4명 중 1명 가까이가 사실상 백수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는 8만1000명 감소하고, 30·40대 취업자는 21만5000명이나 줄었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경제활동의 주축을 이루는 연령층은 유례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1만4000명, 도·소매업 취업자는 6만명이나 감소했다. 구직 단념자도 53만3000명으로 늘었다.

‘고용 파탄’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친노동 규제 등 반기업 정책이 부른 재앙이다. 상황을 호전시키려면 정책기조를 수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대형 규제를 또 내놓았다. 법무부는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을 담은 개정 상법 시행령을 다음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6년이 지나면 무조건 사외이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악성 규제다. 상장사들은 당장 3월 주총에서 71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뽑아야 한다. 이처럼 기업 숨통을 죄는 규제를 남발하니 기업들은 투자에 등을 돌린다. 정부는 ‘엉터리 공치사’를 늘어놓기에 앞서 일자리가 왜 증발하는지부터 곰곰이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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