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잡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에 부응해 참모들이 부동산 단속에 나선 것이겠지만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어하는 거래허가제까지 거론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남의 주장을 인용하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그런 발상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거래허가제는 반시장적 규제 중 끝판왕으로 꼽히는 정책이다. 주택허가구역을 지정하고 구역 내에서 매매계약을 할 때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거래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인 2003년에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위헌 논란에 부딪혀 제도화하지 못했다. 당시 검토됐던 주택거래 허가제 초안을 보면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세다. 2주택자가 허가구역에서 집을 살 경우 주택초과부담금을 징수하거나 추가주택 취득을 금지하고, 1주택자는 6개월 내 기존 집을 처분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 제도는 '초법적인 발상'이라는 여론 반발에 무산됐고 대신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됐다.
정부가 연일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거론하는 것은 12·16대책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9억원 이하 집값이 뛰고 전셋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시장 안정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사회주의 논란을 부르는 제도까지 동원하며 무리수를 둬선 곤란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14일 "주택거래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정부는 2017년 7월 폐지됐던 주택거래신고제를 2018년 8·2부동산대책 때 부활시켰다. 12·16대책에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과 증빙서류 목록도 강화했다. 이미 개인 간 거래를 감시·관리하고 있는데 시장 개입 수위를 더 높이는 것은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또다시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고강도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공급대책 없는 반시장적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키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을 투기꾼으로 몰고 시장에 불안을 조성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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