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보이는 행위는 오랫동안 금기였다. 나약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500여 년 전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군주는 사랑을 좇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안전하다고. 눈물을 통해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랑을 받으려는 태도는 마키아벨리 관점에선 위험한 행동인 것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사랑도 변하기 때문이다.
요즘 리더들은 이러한 금기를 깨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초등학생이 숨진 테러 현장에서 눈물을 훔쳤고,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도 사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리더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눈물에 점점 관대해지는 문화다.
최근 이란에서도 '신의 대리인'으로 통하는 절대 권력자가 눈물을 훔쳤다. 미군의 공습으로 하루아침에 망자가 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시신 앞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81)는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정일치 체제인 이란에서 신격화된 존재가 공개 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는 극히 이례적인 일에 세계가 주목했고, 언론들은 복수의 서막을 알리는 눈물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눈물의 힘은 대단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반미 여론은 경제난에 휘발유값 인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격화됐던 반정부 시위를 단숨에 제압했다.
하지만 이틀 뒤 터진 민항기 격추 사건은 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란혁명수비대는 미국 전투기로 오인한 여객기를 격추시켜 자국민을 포함해 탑승객 176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허술한 방공 시스템은 물론이고 줄곧 기체 결함을 주장하며 발뺌하다 결정적 증거가 나오자 "인간적 실수였다"고 실토한 일은 실로 어처구니없다. 거짓말에 증거 인멸을 위해 비행기 잔해를 불도저로 밀어 버린 일도 정권의 도덕성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라크 내 미군기지 보복 역시 국내 정치용으로 '짜고 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공격 전 미군들은 이미 벙커에 숨어 있었고 사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공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추가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비밀 메시지도 전달됐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하메네이는 처음으로 퇴진 압력까지 받으며 30년 철권 통치로 다진 오라(aura)를 잃었다. 미국의 경제 제재, 최악의 경제난, 민심의 분노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하메네이는 이제 눈물보다 더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17일 8년 만에 금요설교에 나서는 그의 메시지가 주목된다.
[국제부 = 이향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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