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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권한 커진 경찰’ 견제 없으면 ‘검찰 개혁’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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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안내실 입구 전광판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문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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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은 14일 법무연수원 강연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돼 향후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바꿀 것은 많이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언한 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수용하면서 검찰 내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나 김웅 부장검사가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며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올린 글에 적잖은 검사들이 동조한 것은 내부 기류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지부진한 경찰 개혁 입법과 검경 간 구체적인 업무 조정 등 후속 조치의 시급함을 일깨운다.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 부여로 인한 경찰 권력 비대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거대 권력기관이 된 경찰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찰권 남용과 국민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이 권력에서 독립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해소돼야 한다. ‘드루킹 사건’에서 나타난 경찰의 소극적 태도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청와대 수사 보고 등을 보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보경찰의 불법사찰 방지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 권한 분산과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한 경찰 개혁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검경 간 관계가 모호해 향후 갈등이 불거질 여지도 크다. 경찰 수사가 미흡할 경우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지만 관련 문구가 명확하지 않아 재수사 요청이 무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여야 의원들이 “재수사 요청 반복 방지를 위한 세부 수사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법무부가 15일 ‘개혁입법 실행 추진단’ 발족 계획을 내놓은 만큼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 부장검사가 ‘사기극’이라고 비판한 여권의 직접수사 부서 축소를 둘러싼 혼선도 정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사권 조정안에서는 검찰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직접수사 범위를 넓게 부여해놓고 검찰의 청와대 겨냥 수사 이후 여권의 기조가 직접수사 축소로 바뀐 데 대한 의구심이 퍼져 있다. 수사권 조정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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