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 두달도 안돼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들어 보름만에 기존 사업자 가입자의 번호이동을 통해 5000여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오는 2월 28일 전까지 가입하면 1년간 최대 2만20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는 무제한 요금제 ‘반값 할인’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알뜰폰 무제한 LTE 요금제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16일 통신·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지난 달 공식 출시한 알뜰폰 서비스 KB 리브엠의 번호이동 건수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 총 7700여건에 달했다. 올해 1월부터 기준으로만 보면 총 5000여건의 번호이동이 이뤄졌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기간 이동통신사업자(MNO) 및 알뜰폰(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으로부터 KB리브엠으로 번호이동을 하는 가입자가 월 평균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MNO에서 매월 번호이동이 10~20만건씩 발생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지만, 알뜰폰 전체 번호이동이 월 1~2만건인 것을 감안하면 큰 수치다.
KB국민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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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2월 중순 KB 리브엠 그랜드 오픈을 진행하며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반값에 제공한 후 번호 이동이 급증하고 있다"며 "기존 알뜰폰 업체에서는 절대 내놓을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제공하며 알뜰폰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KB 리브엠은 사전 출시 당시 최대 3만7000원의 할인을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첫 달 실적은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 금융 실적과 제휴 카드 실적의 허들이 높아 일반 고객들이 실제로 할인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식 출시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1년간 2만2000원을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뒤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KB 그룹이 내부 금융 실적을 통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타 알뜰폰 업체에서는 수익 구조상 이런 할인 제공을 할 수 없다"며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업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준에 따라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 할인을 제공할 수 없는데, KB국민은행은 이러한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 평균 MNO로의 번호 이동이 1만5000여개에 달하는 기존 알뜰폰 업체에 또 하나의 깊은 고민거리가 생겨난 셈이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3일까지 MNO로부터 약 2200건, 다른 MVNO으로부터 약 2800건의 번호이동이 KB 리브엠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누계기준으로 KB 리브엠으로의 번호 이동 고객 10명 중 6명 정도가 기존 알뜰폰 업체에 가입돼 있던 고객인 것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10월 KB 리브엠 사전 출시 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알뜰폰 사업자의 고객을 뺏어오는 대신 기존 MNO의 고객을 끌어오겠다"며 "영세한 사업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DB |
이는 알뜰폰 시장이 지속적인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을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796만명으로, 전달의 803만명에 비해 7만명이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이 MVNO으로부터의 번호이동을 통해 확보한 고객 중 약 94%가 대기업(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계열이고, 중소 알뜰폰 업체는 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KB가 경쟁자가 아닌 협력사로 인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MVNO사업자와들과 상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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