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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벼랑 끝 위스키업계…사업 줄이고 법인철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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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캘란 유통사 에드링턴코리아, 국내법인 철수 결정

위스키 시장, 2008년 대비 반토막으로 줄어든 영향

세계 1위 럼 브랜드 바카디도 2017년 시장 철수

디아지오코리아는 오는 6월 이천공장 폐쇄

이데일리

위스키업계가 소비 위축의 영향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법인을 정리하는 등 위기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사진=에드링턴코리아)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위스키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도주 열풍과 음주를 자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위스키업계에선 사업을 축소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하거나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을 수입·유통하는 에드링턴코리아는 최근 국내법인 철수를 결정했다. 에드링턴코리아는 이런 방침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한 후 현재 퇴직금과 위로금 규모 등과 관련해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링턴코리아는 맥캘란과 하일랜드파크, 글렌로티스 등 싱글몰트위스키와 스카이, 스노우 레오퍼드 등 보드카를 수입해 국내에 유통해왔다. 에드링턴의 시장 철수에 따라 관련 업계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맥캘란 등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누가 가져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드링턴코리아의 법인 철수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축소 영향으로 분석된다. 위스키 시장은 10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8년 284만 상자(1상자=500㎖×18병)를 출고했으나 2018년에는 149만 상자로 절반 가량 쪼그라들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저도주 선호 문화 확산과 회식 감소, 혼술족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같은 기간 와인 시장은 출고량이 330만 상자(1상자=750㎖×12병)에서 478만 상자로 늘었다.

위스키 시장이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시장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시장 재편의 신호탄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이천공장을 하이트진로에 매각한 것. 이천공장은 임페리얼을 생산하던 곳으로 위스키 수요 감소로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어 지난해 임페리얼 판권을 드링스 인터내셔널에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220여명이었던 정규직을 90여명으로 줄였다.

세계 1위 럼 브랜드인 바카디는 지난 2017년 한국법인인 바카디코리아의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2007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후 10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발을 뺐다. 극심한 실적 악화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바카디코리아는 2016년 회계년도(2015년 4월1일∼2016년 3월31일) 국내에서 매출 110억원, 영업 손실 27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보다 12% 줄었고 영업 손실 폭은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국내 위스키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해 이천공장 가동을 멈췄으며 올 6월에 폐쇄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 39년 만의 결정이다. 수출용 스미노프와 군납용 윈저를 생산했으나 영업실적 악화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1년 1095억원에서 2013년 1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2018년에는 372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973억원에서 3035억원으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이 장기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사업을 줄이거나 정리하는 사례는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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