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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SS무비]'남산의 부장들' 이병헌이 이끈 1979년 10월 그 날의 이야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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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신뢰를 가득 담은 듯 했지만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말이었다. 1979년 10월 26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많이 알고 있는 사건이지만 어떻게 일어났는지, 사건을 둘러싼 인물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은 이 말로 시작된 그 날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 분)이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이성민 분)을 암살했다. 영화는 사건 40일 전부터 조명한다.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 분)은 미국에서 청문회를 통해 대한민국 정권의 실체를 고발했다. 그는 과거 박통의 신뢰를 받았지만, 이내 버림 받고 미국으로 향하게 된 것.

이를 막기 위해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 분)이 나선다. 김규평은 자진해 미국으로 향했고, 박용각과 만난다. 그러나 오히려 박용각을 통해 자신이 아닌, 제3의 인물이 진정한 2인자라는 정보를 듣는다. 귀국한 김규평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른 권력의 움직임에 이상을 감지한다.

2인자 자리를 두고, 지독한 ‘충성 전쟁’이 펼쳐진다. 18년 동안 독재정치를 펼쳐온 박통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하들에게 ‘충성 전쟁’을 시킨다.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모습이지만, 여지 없이 냉혹하다. 김규평은 박통의 곁에서 충성을 지켜왔다. 진정한 2인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는 인물이다. 정돈된 머리만큼 박통 앞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남산의 부장들’은 충성 앞에 섰었지만, 총성을 울리게 한 김규평의 40일 간 변화를 담았다. 그가 왜 변하게 됐는지, 변화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우정과 야심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 자신이 믿었던 가치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좌절하는 모습이 스크린 안에 섬세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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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사진 | 쇼박스 제공


무엇보다 이 모든 중심에는 배우 이병헌이 있었다. ‘남산의 부장들’ 속 이병헌은 이전 작품 캐릭터와는 조금 다르다. 멋있는 모습이거나,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지 않는다. 현실의 벽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을 약올리는 후배에게 욕설을 퍼붓고 처절하게 싸우기도 한다. 힘있게 극을 이끌어 나가며 이병헌의 저력을 이번에도 알렸다.

영화의 중심은 아니지만, 전두혁 캐릭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만큼 현실과 묘하게 맞닿은 부분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1979년으로 소환된 듯한 배경과 한국, 미국, 프랑스 3개국 로케이션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모두가 원했지만 쓸쓸해 보이는 권력의 자리도 관전 포인트다. 22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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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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