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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분쟁 '휴전'…경제 불확실성 줄지만, 수출엔 악재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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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1년 6개월에 걸친 무역 분쟁을 봉합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문에 최종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부과된 관세의 일부를 소폭 낮추고 향후 추가 관세 부과를 멈춘 것일 뿐 ‘종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건 다행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당장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미국 제품 232조 수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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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허 중국 부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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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 합의 최종 서명식을 가졌다. 서명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참석했다. 지난달 13일 양국이 공식 합의를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서명이 이뤄졌다. 2018년 7월 양국이 25%의 관세를 매기며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지 18개월 만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총 1600억 달러(18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할 예정이던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한다. 또 지난해 9월 1100억 달러(127조원) 규모 제품에 부과했던 15%의 관세도 7.5%로 절반 인하하기로 했다. 중국은 2년간 2000억 달러(232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기로 했다”며 “공산품 750억 달러, 에너지 500억 달러 등 총 2000억 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미국, 대중 관세율 1.8%포인트 '찔끔'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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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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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기존 2500달러(290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매긴 25% 관세율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관세율을 인하한 1100억 달러 수입품까지 합하면 총 36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유지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중 수입관세율은 평균 19.6%에서 17.8%로 소폭 떨어지는 데 그친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2단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추가 관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역시 기존 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 평균 관세율도 31.1%로 그대로 유지된다.



한국 수출엔 오히려 악재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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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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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부터 13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한국으로서는 수출 규모가 가장 큰 중국의 상황을 보다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 수출액은 1362억600만 달러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1단계 합의로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품 중 80%가 중국이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간재”라며 “결국 중국에서 가공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인데 관세 인하 효과가 크지 않으면 자연히 한국의 대중 수출도 더디게 개선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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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오히려 중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수입을 약속함에 따라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약속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쇼핑 리스트'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전기전자·화학제품 등이 추가로 포함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일본 등 국가의 대중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전자제품·기계·자동차 등 10대 품목의 대미 수입을 확대한다면 한국의 수출이 약 460억 달러(53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창용 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도 지난 15일 한 강연을 통해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다른 국가에 대한 수입은 줄일 경우 한국 수출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원호 부연구위원은 “새해부터 중국이 주변국을 대상으로 859개 수입품에 대해 자체적으로 관세 인하 조치를 했는데 이는 미·중 합의로 주변국들의 피해를 예상한 데 따른 배려 차원일 수 있다"며 "자동차 제조·용접용 로봇, 냉동 돼지고기 등이 관세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연 부연구위원은 "다만 이번 합의에 따라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호재"라며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 중국이 시장 개방을 확대하면 우리 기업의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갈등의 불씨…"합의 불이행 시 즉시 관세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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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 첫 번째)와 함께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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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미국산 농산물 수입 등 합의문에 포함된 조건을 지키지 않는다고 미국이 판정할 경우 철회한 관세를 즉각 복원(스냅백 조항)할 수 있다. 므누신 장관은 서명식 전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1단계 합의 준수에 실패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재부과하거나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스냅백 조항을 실제로 이행한다면) 그 어떤 것도 중국의 보복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중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된 중국 정부의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 등은 2단계 무역 협상의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은 중국의 산업스파이 행위 등 핵심 현안은 2단계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 이는 거의 없다"고도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2단계 합의에서 추가 관세 철회가 있을 것"이라며 "2단계는 2A, 2B, 2C가 될 수도 있다. 두고 볼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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