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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농산물 수출 집중한 美…트럼프의 '팜 벨트 표심'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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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 23페이지 분량 들어간 농산물 교역

"대선 앞둔 트럼프, 팜 벨트 표심 잡기" 분석

中 농산물 수입 회의적…"여전한 분쟁 불씨"

中 관세 인하효과 미미…2차 협상 난이도↑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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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지난 2018년 7월 미국의 첫 대중(對中) 관세 부과로 분쟁이 시작된지 1년반 만이다. 세계 경제를 짓눌렀던 최대 불확실성이 완화할 수 있는 첫 합의여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미완의 합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게 아닌 데다, 중국이 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인 탓이다. 미국이 추가 수출하기로 한 규모는 향후 2년간 2000억달러다. 농산물 정도를 빼면 다른 민감한 이슈들은 두루뭉술하게 다루거나 아예 다루지 않아, 2단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팜 벨트 표심 다지기 나선 트럼프

미국과 중국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96페이지 분량의 1단계 합의문에 서명했다. 미국 측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외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나왔다. 중국 측에서는 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골자는 미국이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를 보류 혹은 인하하는 대신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공산품·서비스·에너지를 향후 2년간 추가 구매하는 것이다.

합의문 전문을 보면 미국의 추가 수출 규모는 총 4개 품목(23개 제품)으로 명시돼 있다. 농산물 320억달러, 공산품 777억달러, 에너지 524억달러, 서비스 379억달러 등을 2017년 수출에서 더해 추가로 팔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건 농산물이다. 96페이지 분량의 합의문은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18페이지) △기술 이전(technology transfer·2페이지) △농산물 교역(trade in food and agricultural products·23페이지) △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ces·4페이지) △거시·외환정책 투명성(macroeconomic policies and exchange rate matters and transparency·3페이지) △교역 확대(expanding trade·2페이지) △상호 분쟁 해결 절차(bilateral evaluation and dispute resolution·6페이지) 등 8개 챕터로 구성됐는데, 농산물 분야가 가장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쌀,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주요 항목별로 교역 내용을 담았다. 농산물 외에 나머지 항목은 주로 선언적인 수준이어서 사실상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주요 지지층인 팜 벨트(미국 중서부 농업지대) 표심부터 잡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농산물 수출 실적을 대선 레이스에서 활용하려는 복안인 셈이다.

반대로 중국은 관세 장벽을 낮추는 이득을 얻었다. 미국은 1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려 했던 관세를 보류하고 기존 1100억달러에 적용했던 관세를 15.0%에서 7.5%로 내리기로 했다. 나머지 2500억달러에 대한 25.0% 관세는 두기로 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추정에 따르면 이번 합의 이후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21.0%에서 19.3%로 떨어진다. 중국은 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시간 벌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분쟁의 불씨 여전한 ‘세 가지 이유’

다만 시장은 분쟁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쪽에 더 기울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 지부터 회의적이다. 미국이 가장 주력한 농산물을 중국이 과연 사줄 수 있을 지가 특히 관건이다. 무역전쟁 이전 당시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 규모는 200억달러 정도였다. 여기에 추가로 연평균 160억달러(올해 125억달러, 내년 195억달러)를 사들인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려면 미국 제품을 미친듯이 수입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이번 합의문을 통해 분쟁 해결 절차를 명시했으며, 이를 통해서도 풀리지 않으면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관세 전면전이 불거질 불씨가 있는 셈이다.

중국의 실질적인 관세 완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도 변수다. PIIE에 따르면 무역전쟁 전인 2018년 초 미국의 대중 평균 관세율은 3.1%. 이번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돼도 중국 입장에서는 전보다 6배 더 높은 관세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모든 관세를 제거할 경우 중국과 협상할 카드가 없어진다”며 “2단계 협상이 마무리되면 무역전쟁 과정에서 부과한 관세를 즉시 제거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2단계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무역전쟁은 계속된다는 뜻도 된다.

2단계 협상의 난이도가 1단계보다 높다는 점 역시 악재다. 중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민감한 문제가 산적해서다.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적인 기술이전 등은 이번 합의문에 담기긴 했지만 강제성 없는 원칙론에 머물렀다. 두 나라간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화웨이 제재’도 암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협상은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앞서 지난 9일 “2단계 합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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