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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90년대생이 겪는 불평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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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해 9월 서울대 재학생과 졸업생 및 주민들이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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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대 담론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이들은 1990년대 태어난 20대다. 2019년 한 해를 집어 삼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오늘날 20대는 단일한 세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계층과 성별, 지역, 학력 등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하나의 세대 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일단 같은 20대라 해도 10퍼센트의 중산층과 나머지 90퍼센트로 이뤄진 ‘초격차 세대’라는 점에 주목한다. 저자의 관점에서 조국 이슈에 가장 크게 분노했던 집단은 명문대에 재학 중인 중산층 가정의 20대였다. 반면 서울 명문대라는 소수 집단에 속하지 못한 20대 대다수는 침묵과 냉소로 일관했다. 이처럼 20대가 두 갈래로 나뉜 데에는 이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의 양적ㆍ질적 특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20대가 다층적으로 겪는 불평등의 근원은 대체로 부모의 계급ㆍ계층 차이에서 출발한다. 흔히 ‘86세대’라 불리는 80년대 학번 대졸자인 60년대생 부모는 한국 사회에서 학력ㆍ소득ㆍ직업ㆍ자산ㆍ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중격차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세대이자 대학 정원 확대, 경제 호황기 노동시장 진입, 대기업의 성장과 자산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수혜를 받았다. 86세대 중산층은 90년대생 자녀에게 동일한 지위를 물려주면서 세습 중산층 2세대를 구축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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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지음

생각의힘 발행ㆍ312쪽ㆍ1만7000원

불평등의 시작은 교육이지만 결국 가장 큰 격차는 ‘월급 300만원 이상의 번듯한 일자리’ 유무에 따라 나뉜다. 대기업과 공무원, 공기업 등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중산층 가정의 20대 남성은 극도로 경쟁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자는 각종 수치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20대가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불평등의 실태를 조명하고, 부모의 지위가 어떻게 자녀의 학력과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고리를 밝혀낸다.

저자는 세대 간 불공정ㆍ불평등을 논할 때 계층 세습을 빠뜨려선 안 되며, 절차의 불공정이 아니라 기회의 불평등, 능력 배양에서의 불평등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해법은 시작부터 교육과 능력 배양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도록 제도를 바꾸는 한편 상위 10%가 좀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등 의무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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