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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백혈병으로 숨진 한솔케미칼 노동자,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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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삼성전자 등에 전극보호제·세정제 등을 납품하는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지난 10일 “근로복지공단이 이모씨의 배우자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2년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에 입사해 전극보호제, 세정제 등 전자재료 생산업무를 했다. 그는 2015년 31세의 나이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 8월 사망했다.

이씨의 유족은 민주노총 전북본부, 반올림과 함께 고인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고인이 일한 사업장에서 백혈병 유해인자가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검출되었다며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 법률원은 2018년 1월 유족을 대리해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경향신문

한솔케미칼 전주공장. 한솔케미칼 홈페이지 갈무리


한솔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상·하반기로 나눠 사업장 내 유해인자를 측정하는 작업환경 측정을 실시했다. 백혈병의 주요 유해인자로 알려진 산화에틸렌, 벤젠, 1,3-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는 측정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에서 측정해 공개한 사업장의 ‘2015년도 화학물질 배출량 정보’에 따르면 이 사업장에선 2015년도에 1,3-부타디엔 601㎏, 포름알데히드 40㎏을 배출한 것으로 돼 있다.

재판부는 “각 유해인자가 측정 대상에서조차 제외되어 있었다는 점을 보면 한솔케미칼이 이 사건 발병 이전에 각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 방지 조치를 적절히 취하고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한솔케미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소송 과정에서 업무상 비밀을 이유로 ‘형광체 생산 원료물질 6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을 거절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한솔케미칼의 2012년도부터 2015년도까지의 공정안전보고서’ 제출을 거절했다. 재판부는 “사업주 내지 관련 행정청의 자료 제출 거부는 고인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어느 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인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벤젠 등 백혈병 유해인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백혈병이 발병했고, 백혈병의 악화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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