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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검사내전' 김웅 사직글에 검사 620명이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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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수사권 조정 국회 통과 비판하며 사직

검사들 "검찰개혁 아닌 개악"···최다 댓글

서울경제


“우리에게 수사권 조정은 아미스타드호(노예를 태운 선박)와 같습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입니다.”

김웅(49·사법연수원 29기) 사법연수원 교수가 지난 14일 작성한 사직 글에 사흘 만에 620개가 넘는 동조 댓글이 달렸다. 역대 최다 댓글을 모은 사직인사가 됐다. 김 교수는 대검에서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근무하며 검경수사권 조정 실무를 총괄하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의를 밝혔다.

16일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강한 톤으로 비판한 김웅 교수 사직 글에 계속해서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댓글이 620개로 역대 최다 기록인 봉욱 전 대검 차장 사직글(616개)을 넘어섰다. 일부 수사관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검사의 4분의 1 규모를 훌쩍 넘는다. 통상적으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사직 글에 댓글 300개 정도가 달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대규모 직제개편 등 검찰 상황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게시글을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고 검찰 일원들을 향해 강조했다. 검사들은 “검찰개혁은 너무나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의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과정과 내용을 보면 국민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한 국가의 사법체계가 이런 과정과 동기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국민의 명령이라는 내용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등의 댓글을 달며 동조했다. 한 검사는 “제도 변화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되는 억울함과 불편함을 느끼시는 국민이 한 분이라도 더 늘어나면 이는 ‘개악’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김 교수의 성정을 엿볼 수 있는 댓글도 달렸다. 연수원 동기인 강형민(29기)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은 “김 교수는 2000년 인천에서 검사 시작할 때부터 유별나고 특별한 멋진 동기였다”며 “당시 사무원인 여직원 월급이 너무 적다며 자신의 수당을 털어서 꼬박꼬박 보태줬다”고 회상했다. 서효원(3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대 로스쿨에서 검찰 실무를 가르치면서 교수님께서 쓰신 ‘검사내전’이 로스쿨생들의 진로 결정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지 체감하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김 교수는 검사의 생활상을 담아낸 책 검사내전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박균택(21기) 법무연수원장, 김우현(22기) 수원고검장, 이영주(22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잇따라 사직하는 등 총 7명의 검사가 조직을 떠났다. 후속 간부 인사를 앞두고 부장·차장검사 등 중간간부급에서도 사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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