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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경제학회장들 작심비판…"文정부 부동산정책 실패로 불평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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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미경제학회 기간 중이던 지난 5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모인 전·현직 경제학회장 등 5명. 왼쪽부터 김정식 연세대 교수, 구정모 대만 CTBC비즈니스스쿨 교수,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 [샌디에이고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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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장기 불황의 위기감은 커지는데 '재정투입 중독'에 빠진 정부.'

'확대재정 부작용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오히려 부의 불평등만 심화되고 있는데 손 놓고 있는 정부.'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는 경제정책에 대한 수정 없이 또다시 '부동산 때리기'만 고집하는 정부를 향해 전·현직 경제학회장들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과 2월부터 학회장 바통을 이어받는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해 전직 경제학회장인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구정모 대만CTBC비즈니스스쿨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한목소리를 냈다. 16일 김정식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불평등 해소에 주력하고 있지만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부의 불평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득 불평등은 경기가 좋아지면 임금 상승과 고용 증가로 해소될 수 있지만 부의 불평등은 엄청난 규모 때문에 격차 해소가 어려워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뜩이나 소득 불평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치솟는 주택가격이 부추긴 부의 불평등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김 교수는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 복지를 위한 확대 재정과 통화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필수재인 주택가격 상승은 임금 인상을 유발하고 다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일자리 감소를 통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세금과 대출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보다는 주택공급과 교통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으로 도심 주택 수요를 분산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이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한 방안도 임금과 고용을 동시에 충족하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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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묻지마' 재정정책이 주범 중 하나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식 장기 불황은 저금리·저물가·저성장으로 요약된다. 그 어두운 그림자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덮칠 기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구정모 교수는 "한국 경제는 이미 L자형 만성적 침체가 지속되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출을 주도하던 중공업은 경쟁력을 상실했고 인구 구조도 일본과 똑같다"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정부는 추락하는 경기와 고용을 퍼주기 재정정책으로 돌려 막고 있다"면서 "돈을 풀어도 유동성은 흡수되고 있고 재정정책도 승수 효과가 크지 않은 분야에 지출해봤자 정책 효과는 미미해 국가채무만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치솟을 정도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민간은 여전히 '돈맥경화'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와 소비에는 돈이 말랐고 부동산에만 유동자금이 쏠린 탓이다. 이인호 교수도 "저금리가 경기 회복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재정정책 역할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효과적 집행과는 다른 문제"라며 "재정적자는 결국 빚인데 적재적소에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과거 일본은 구조개혁 없이 맹목적으로 재정을 투입했지만 침체는 지속되고 국가채무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구조개혁과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정책이 아닌 분배정책일 뿐"이라며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정책에 집중하느라 정작 혁신성장을 비롯한 경제활성화와 성장 정책은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수립의 비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김인철 교수는 "지금이라도 경제정책 수립을 위해 톱다운과 보텀업 방식을 병행하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정책 집행자로서 나서다 보니 국민에게 신뢰감을 주는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갈팡질팡하는 사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다. 김 교수는 "초저금리 시대에 재정정책 의존도가 커지면서 미국 정부의 지출정책은 비효율적"이라며 "노동생산성 저하와 양적 완화로 미국 경제는 향후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인실 교수는 "최근 자본 축적이 정보기술(IT)과 연구개발(R&D)에만 쏠리면서 자본의 감가상각률이 높아지고 자본 축적률은 떨어지고 있다는 게 미국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점"이라며 "그나마 투자되는 것도 노령화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현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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