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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경주대 사학비리 사태…'끝없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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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기획보도①] 강소대학에서 허울 뿐인 대학으로

포항CBS 문석준 기자

설립자 일가의 전횡과 파행적 운영으로 '국내 3대 사학비리' 중 하나로 꼽히는 경주대 사태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학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까지 나서 힘을 보태고 있지만 사태 해결은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포항CBS는 경주대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기획보도를 두 차례에 걸쳐 마련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경주대 사학비리 사태...끝없는 추락"
②다시 시작이다...경주시민들 '대학 정상화' 함께 나선다


노컷뉴스

경주대학교 전경(포항CBS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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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8년 개교한 경주대학교. 천년고도 경주의 대표적 산업인 관광을 기반으로 한 특성화대학으로 자리 잡으며 2009년에는 재학생 4311명, 교원과 직원은 233명인 강소대학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2019년 재학생은 1120명으로 쪼그라들었고, 교직원도 123명에 불과하다. 특히 학생 충원률은 2010년 103.7%에서 지난해 20.5%로 5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년 사이 허울뿐인 대학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학이 급격히 무너진 이유는 설립자 일가의 족벌체제에 의한 파행적 운영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경주대와 서라벌대는 5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일윤씨와 그 일가가 학교법인 원석학원을 통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학교다.

1992년 경주대총장을 맡은 김씨는 이듬해인 93년 학교공금 5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고, 2008년에는 18대 총선에 출마했다 금품을 돌린 영상이 공개돼 당선이 무효로 되고 다시 구속됐다.

선거 과정에서 김씨는 대학 교직원들을 자신의 선거운동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학교를 개인재산처럼 여기며 파행적으로 운영했다.

김씨에 이어 총장을 맡은 아내 이순자씨의 전횡은 더 심각했다. 교육부가 2017년 말부터 경주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무려 50건의 지적사항과, 110건의 신분상·행정상·재정상 조치를 받은 것이다.

감사 결과 이씨는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무려 67차례 해외출장을 갔고, 6100여만 원을 쇼핑과 관광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도 규정보다 많은 액수인 매달 1천만 원 이상 받아 챙겼고, 130억원 상당의 토지 20여 필지를 이사회나 교육부 승인 없이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다 적발됐다.

특히 자신의 딸이 대표로 있는 호텔에 학생들을 교육시킨다는 명목으로 의심스러운 거래를 한 뒤, 5억 원 이상을 경주대가 호텔에 지급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돈을 합법적으로 주고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관할 법원은 경주가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이었다.

교육부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2018년 11월 학교법인 원석학원의 기존 이사 6명의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하고 2019년 2월에는 임시이사 7명을 선임했다. 이어 7월에는 정진후 신임 총장이 취임했다. 정 총장은 14대 전교조 위원장과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정의당 원내대표도 맡은 교육개혁 전문가로 꼽힌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 총장이 추진하는 각종 학내 개혁조치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일윤씨와 기존 재단 이사들이 임시 이사들에게 개별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압박했고, 부담감을 느낀 임시이사 4명이 사임하면서 3명의 이사만 남아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가 열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경주대는 내년도 본예산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설립자 일가와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의 횡포로 경주대가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진후 총장은 "그동안 경주대는 학교를 개인의 정치적 도구이자 사유물로 생각하는 김일윤 일가의 전횡으로 존폐위기에 처했다"며 "이제라도 지역 특화 강소대학의 위상을 되찾고, 3천억 원이 넘는 학교 자산의 개인 사유화를 막아 시민을 위한 대학이 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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