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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가상화폐 규제, 위헌일까… “재산권 침해”vs “범죄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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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7년 정부 대책 놓고 공개변론 열어

조선일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정부의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 등에 대한 위헌 확인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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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지난 2017년 12월. 정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가상계좌 신규개설 전면 중단,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등을 중심으로 한 특별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일까. 16일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재산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는 주장과 "범죄에 이용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반박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재는 이날 오후 정모 변호사 등 340여명이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부는 2017년 12월 28일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내놨다. 가상화폐 거래시 가상 계좌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본인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와 가상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사이에서만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 변호사 등은 정부의 대책으로 인해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정 변호사가 직접 나섰다. 그는 "정부 조치는 가상통화의 교환가치를 떨어트리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재산 처분 권한을 제한한다"며 "정부 대책으로 청구인들은 여러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강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공권력을 행사해 재산권을 제한하면서도 대의기관을 거치지 않았다"며 국회 의결을 거친 법률을 통해서만 국민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법률유보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헌재가 이 사건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금융당국에 의해 유린되는 상태가 마구 벌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정부 조치를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며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고,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측은 "정부 대책은 시중 은행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대책의 직접적 상대방은 시중 은행들일 뿐, 청구인들에 대해서는 간접적·사실적 효과만을 미친다"고 했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정부 측 대리인은 "가상계좌라는 식별표를 부여하면 제3자의 직접 입금과 무통장입금이 가능하고, 거래자금 출금도 돼 자금세탁 위험성이 크다"며 "실명확인이 이뤄져야 차명거래를 방지하고, 은행이 의심가는 거래를 인지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가 우려되는 만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계 전문가들도 공방에 참여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장우진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가상통화 시장의 확대로 인한 폐해를 고려할 때 정부의 행정조치는 필요했지만, 이로 인해 기존 가상통화 시장 참여자들의 자산 손실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결과였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금융위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가상통화는 소유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어 현금보다 자금세탁, 범죄수익 은닉 등에 용이하다"며 "현실적으로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대책은 가장 최소한의 수단이고, 국가기관이 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라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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