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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봉건적인 명에 거역하라" 김웅 사의글에 검사 역대 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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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the L]사흘 만에 624개 댓글…검찰 상황에 대한 불만 표출 해석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19.7.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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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사법연수원 29기) 법무연수원 교수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한 검찰 내부통신망 글에 동조를 표하는 동료 검사들의 댓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흘 만에 620여개를 넘어서 역대 최다 기록을 갱신했다고 한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김 교수가 지난 14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작성한 사직 글에는 이날 오후 5시 40분 기준으로 624개의 댓글이 달렸다. 지금까지 이프로스에 올라왔던 글에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던 글은 봉욱 전 대검 차장검사의 사직글로 616개의 댓글이 달렸다. 전체 검사 수가 2200명 남짓이니 4분의 1 이상이 김 교수의 글에 동조하며 댓글을 달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무부의 일방적인 인사 단행, 법무부의 대규모 직제개편 등 검찰 상황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댓글에는 "한 국가의 사법체계가 이런 과정과 동기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국민의 명령이라는 내용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제도 변화로 인해 겪지 않아도 되는 억울함과 불편함을 느끼시는 국민이 한분이라도 더 늘어나면 이는 ‘개악’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등 이른바 '개혁입법'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들이 넘쳐난다.

김 교수가 검찰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는 댓글도 다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송경호(29기)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대학 입학 전부터 시작된 인연, 그 동안 고비고비마다 여러 도움을 주셨습니다. 처음 감사의 맘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언제 어디에서나 주변에 영감을 주면서 빛날 것입니다"라고 연수원 동기인 김 교수에게 애틋함을 전했다.

대검찰청에서 조 전 장관 관련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27기) 부산고검 차장검사도 "같이 근무한 적은 없었지만 오래 함께 한 느낌"이라며 김 교수의 글에 이심전심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사직을 표명한 글에서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를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검찰 동료들에게도 정부의 부당한 압박에 저항할 것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며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다"고 말했다. 그는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啐啄同時, 서로 도와 일이 순조롭게 완성) 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며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재임 시절 대검 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동안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7월 중간간부 인사 때 좌천성 인사로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받은 바 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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