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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현금 2억 없다고 갭투자 못할까”… ‘전세대출 제한’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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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막을 것" vs "전세금만 올라"

세계일보

뉴시스


‘갭투자’ 봉쇄를 위해 정부가 ‘전세대출 제한’ 강수를 뒀다. 오는 20일부터 9억원 초과 고가주택 소유자의 전세대출보증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자신은 전셋집에 살면서 전세자금대출 등을 이용해 고가주택에 투자하는 변칙적인 갭투자를 잡아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겠단 의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번 대출 제한 정책이 갭투자 감소에 단기적인 효과가 있으리란 데엔 대부분 동의했지만, 장기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화엔 실효성이 없으리란 의견도 제기됐다.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상반된 전망이 나와 불안정한 현재 부동산 시장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갭투자’ 줄어들며 고가주택 시장 위축될 것”

금융위원회는 오는 20일부터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16일 발표했다.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는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으며, 전세대출 보증을 받은 뒤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을 사거나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면 곧바로 전세대출이 회수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갭투자를 억제하는 효과는 거두리라 보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6일 “갭투자하는 사람에겐 이번 대출 제한 영향이 좀 클 수밖에 없다. 대출을 받아 고가주택을 못 사게 막아놓았기 때문에 고가주택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중저가 쪽 부동산 시장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 본다”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풍선효과’ 우려를 일축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향후 갭투자 수요가 줄어들 전망”이라며 “대기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들은, 앞으로 재테크 목적의 주택구매를 위한 전세대출 활용이 어려워지거나 보유와 거주를 분리하는 투자 패턴에 제동이 걸리면서 매매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일보

모델하우스에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 연합뉴스


◆“매수자들이 2억 없어 갭투자 못할까… 얼마든지 오를 수 있어”

다만 장기적으론 실효성이 적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금부자’에겐 전세대출 제한이 큰 장벽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일부 갭투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전세대출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크지 않다. 매수자들이 2억원이 없어 갭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다. 현금을 많이 보유한 분들이 움직이면 사실 부동산 가격은 얼마든지 다시 또 오를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강남 지역은) 정시 확대 등으로 학군에 대한 중요성과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라며 “최근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귀해져 공급 부족이다. 이런 부분이 가격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군으로 인한 교육환경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주를 고려했던 분들은 이번 정책으로 고민이 더해질 것”이라 내다봤다.

◆“전세대란 없어” vs “임대료 상승 불가피”

전세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박 위원은 “무주택자가 전세 사는 데에는 이번 정책이 관계없다”며 “전세 공급 감소 등으로 전세대란까지 올 가능성은 적다”고 보았다.

반면 함 랩장은 “전세대출 만기 시 연장이 불가한 차주는 본인 소유의 집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종전에 거주했던 임차인도 연쇄적으로 퇴거 및 이사를 할 수밖에 없어 올가을 등 이사 철이나 계절적 성수기 때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권 팀장도 “대출이 제한되면 그만큼 주택 구매를 위한 자금 확보에 시간이 걸린다”며 “전세도 시장에 물건이 나오고 세입자가 바뀌며 선순환이 돼야 하는데 그게 막힐 수 있다. 전세물건이 귀해져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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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시장 상황 변하면 대출 제한 풀릴 수도”

전세대출 제한의 수명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권 팀장은 “이 규제가 오래갈 것 같진 않다. 모든 부동산 정책 뒤엔 ‘새로운 판로’를 찾아내는 매수자들이 있었다”며 “사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로도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시장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박 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당분간 대출 제한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앞으로의 추가 조치가 의미 없으리란 의견도 나왔다. 권 팀장은 “현재 정부가 대출을 막아 부동산시장이 ‘현금 부자’를 위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지금처럼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로 공급 감소 기조가 변하지 않는 상태에선 얼마 전 언급된 ‘주택 거래 허가제’로 거래를 막지 않는 이상 자금력이 풍부한 매수자들이 움직이는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추가 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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