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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종신 집권 노리는 푸틴… 권력 개편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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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개헌 제안 / 현 총리 사퇴… 국세청장 후임 지명 / 하원, 새총리 임명동의안 통과시켜 / “2024년 퇴임 뒤에도 실권 포석”

세계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레믈궁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한 미하일 미슈스틴 연방국세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권력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내각 총사퇴를 받아들이고 새 총리를 지명했으며, 의회 권환을 강화하는 부분 개헌을 제안했다. 오는 2024년 대통령직을 떠난 이후에도 실권을 놓지 않기 위한 포석을 다지는 조치라는 평가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현 단계까지 이루어진 모든 우리 협업에 대해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내각 사퇴를 수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후임으로 미하일 미슈스틴 연방국세청장을 지명했고, ‘국가 두마’(하원)는 푸틴 대통령이 제출한 미슈스틴 총리 임명 동의안을 16일 반대표 없는 찬성 383표, 기권 41표로 통과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물러날 메드베데프 총리에게는 신설될 국가안보회의(국가안전보장회의 격) 부의장 자리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이날 전격 발표된 ‘내각 총사퇴’는 사실상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키는 부분 개헌을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직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총 두 번으로 제한하고, 의회가 총리와 내각 후보를 지명할 권한을 갖도록 개헌하자며 국민투표 계획을 밝혔다. 이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메드베데프 총리는 “내각은 대통령에게 모든 필요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 의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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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권한을 의회로 옮기는 이번 권력 개편은 푸틴의 임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디언은 2024년을 끝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대통령직을 떠나더라도 권력을 절대 내려놓진 않을 것이라는 점을 푸틴 대통령이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2000∼2008년 당시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뒤 3연임 금지 조항에 묶여 총리로 물러났다. 이후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으며 2018년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해 4기 집권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직을 포기하지만 총리나 정부의 ‘국가 회의’(State Council) 수장 등의 역할을 맡아 지배적 정치인으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날 트위터에 “푸틴 연설의 주요 결과: 푸틴이 2024년 떠날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은 얼마나 바보들( 그리고, 또는 사기꾼들)인가”라고 적었다.

논란이 커지자 푸틴 대통령은 16일 개헌 문제 검토를 위한 실무그룹 구성원들과의 면담에서 “개헌은 국가 발전을 위한 중요한 결정을 고안하는 데 있어 시민사회와 정당, 지방정부 등의 역할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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