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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청주 오창에 전국 유일 ‘곤충종자보급센터’ 문 열어…“유전적 다양성 확보가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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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풍뎅이·갈색거저리 등 첨단 사육실서 우량종 키워

전염병 예방·사육환경 연구 “농가 곤충산업 육성에 최선”

경향신문

김선국 충북도농업기술원 곤충연구팀장이 지난 13일 곤충종자보급센터에서 곤충종자가 들어 있는 사육상자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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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충북농업기술원 곤충종자보급센터. 이곳 1층에 자리 잡은 40㎡ 크기의 종자사육실에서는 갈색거저리 사육이 한창이었다.

갈색거저리의 먹이인 밀기울(밀에서 가루를 빼고 남은 찌꺼기)이 가득 담긴 30×50㎝ 크기의 플라스틱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갈색거저리 알이 담긴 곤충사육상자다. 바로 옆에는 알에서 깨어난 유충들이 꾸물거리는 상자와 번데기가 담긴 상자, 갈색거저리 성충이 모인 상자가 놓여 있었다. 부화한 유충이 성충이 돼 알을 낳기까지는 두 달 반에서 석 달 정도 걸린다. 이 같은 상자들이 종자사육실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갈색거저리는 ‘고소애’라고 불리는 식용곤충이다. 이곳에서 사육되고 있는 갈색거저리는 충북 옥천과 전남 담양 등 전국의 5곳에서 채집된 개체들이다.

김선국 곤충종자보급센터 곤충연구팀장은 “갈색거저리 우량 종자를 생산하려면 유전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육실은 정보통신기술(ICT)로 최적의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동면도 필요 없어 일반 곤충사육농가보다 2~3배 더 많은 곤충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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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충북도농업기술원 곤충종자보급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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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농업기술원 곤충종자보급센터는 1922㎡ 면적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졌다. 50억원이 투입됐으며 지난달 문을 열었다.

곤충종자를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농가들에 보급하는 시설은 전국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김 팀장은 “아직까지는 피해가 미미하지만 곤충산업이 농가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 곤충 전염병이 농가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또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종교배에 따른 유전적 결함과 생산성 저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완용 곤충인 장수풍뎅이에서 발생하는 ‘장수풍뎅이 누디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 바이러스는 2008년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2012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의 폐사율은 79%나 된다.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정도로 전염성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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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농가에 보급하는 이곳은 현미경 관찰 등이 가능한 실습교육장으로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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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곤충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2층에 마련된 계통관리실에 건강한 곤충종자를 따로 채취해 관리하고 있다. 40㎡ 크기의 이곳은 종자사육실과 마찬가지로 ICT를 통해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곤충들은 25×30㎝ 크기의 밀폐된 사육상자에 담겨 보관된다. 또 사육상자마다 개별적인 공기순환 시스템도 갖췄다. 이곳에는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갈색거저리 등 3종의 곤충종자가 보관돼 있다.

센터는 올해 하반기까지 4.1t의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갈색거저리 등 3종의 곤충종자를 생산해 이 중 2.4t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곤충산업 확대를 위해 곤충종자를 반딧불이와 귀뚜라미 등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또 곤충종자·먹이원 생산이력 관리, 곤충 질병 관리체계 구축, 곤충 사육환경 기술 연구·개발 등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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