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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DLF 사태’ 첫 제재심…“경영진 징계 불가피” “법적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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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리은행 수장 참석

치열한 공방에 결론 못 내



경향신문

금융정의연대와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제재 관련 은행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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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절차가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16일 첫 회의를 열고 밤 늦게까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징계에 대한 심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은행장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했고, 은행 측은 은행장들이 DLF 판매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징계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다고 반박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오는 30일 두 번째 제재심이 예정돼 있지만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제재심에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순서로 심의 대상에 올랐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DLF 판매 당시 하나은행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김앤장 등 7개 대형 로펌과 함께 제재심에 출석해 직접 변론에 나섰다. 두 수장은 참석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달 손태승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제재심에서는 경영진 제재를 놓고 금감원과 은행 측 간 공방이 벌어졌다. 쟁점은 내부통제 부실 책임으로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할 수 있는가다. 금감원은 은행 본점 차원의 지시로 진행된 조직적인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과 시행령을 근거로 경영진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시행령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논리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은 2018년 우리사주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에 영업정지 6개월, 전·현직 경영진에게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반면 내부통제 부실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게 은행의 입장이다. 내부통제 실패 시 금융사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은행들은 CEO가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 결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사태 발생 후 피해 최소화와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피력했다.

두 수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은행 지배구조 문제와 연관돼 있다.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3월 열리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함 부회장은 지난달 말 임기가 끝나 올해 말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은행 CEO 대상 제재심은 2014년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금융지주 회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KB사태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제재심은 5명의 외부 전문가와 3명의 금융당국 당연직(금감원 2명, 금융위 1명)으로 구성된다. 외부 위원 간 의견이 첨예할 경우 금융위 당연직 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훼손하고 가입자에게 중대한 재산 손실을 초래한 두 수장에게 해임권고 제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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