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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흥행 ‘최고’ 화천 산천어축제, 동물복지는 ‘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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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맨손 포획

감옥에 갇혀서 고문당하는 격”

동물보호단체 ‘법적 조치’ 예고

국내 동물 관련 축제 상당수 비슷

경향신문

강원 화천의 산천어축제는 흥행 면에서는 국내 동물축제 중 손꼽힐 정도로 성공을 거뒀지만,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은 축제로 꼽힌다.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동시에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당할 위기에 놓인 상태이기도 하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지난 9일 축제를 주최하는 화천군에 대해 법적인 조치까지 취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산천어축제가 한국 사회의 생명존중 의식을 왜곡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축제라는 미명하에 엄연히 살아 있는 생명체를 식용 목적과 상관없이 생지옥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좁은 빙판 밑에 먹이도 먹지 못한 채 갇혀 있다가 자신들보다 훨씬 체온이 높아 닿기만 해도 뜨거운 사람들에게 맨손으로 포획당하는 과정은 감옥에 갇혀 고문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부 참가자들은 맨손으로 잡은 물고기를 자랑스럽게 입에 문 채 기념촬영을 하기도 한다. 이는 위생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아가미에 억지로 손을 넣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유로 화천 산천어축제는 2017년 서울대 수의대가 실시한 국내 동물 이용 축제 현황조사의 동물복지 측면을 고려한 종합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18점이라는 성적을 받았다.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어류를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맨손으로 포획하는 활동”으로 인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이는 것에 해당하는 고통을 가한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문제는 국내의 동물 관련 축제 다수가 비슷한 상황이란 점이다. 서울대 수의대의 조사 대상이 된 85개 축제 중 9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축제는 군산 세계철새축제, 서천 철새여행, 시흥 갯골축제 등 3개뿐이었다. 반면 66개 축제가 20점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서 던지기 등 천편일률적인 활동이 축제의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생태, 체험이라고 이름 붙여진 대부분 축제가 생태친화적이지 않으며 포획 등 단순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간과 동물 간의 긍정적 관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질적 향상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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