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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DLF 사태’ 은행 경영진 징계수위 결정 미뤄져…오는 30일 ‘2차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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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은 은행 경영진에 대한 징계 결정이 2주 뒤로 미뤄졌다.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은행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하루 만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이날 오전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에 대한 조치안을 심의했으나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제재심의 결정에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향후 거취가 달려있어 금융계는 주의 깊게 동향을 살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았는데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고, 앞으로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의 경우 지난해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단독 추천 받으며 연임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오는 3월 중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에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연임을 할 수 없다. 함 부회장 역시 현재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징계가 확정되면 회장에 도전할 수 없다.

다만 제재심에서 중징계를 결정한다고 해서 징계가 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제재심에서 결정된 징계는 금융감독원장의 전결을 거친 뒤 확정된다. 또 제재심에서 은행 업무정지 등 기관에 대한 중징계가 함께 결정될 경우 금융감독원장의 전결 이후 금융위원회의 의결도 필요하다. 단, 경영진에 대한 징계와 기관에 대한 징계를 분리하는 방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향후 어떤 식으로 제재가 이뤄질지 확실치 않다. 제재가 확정되는 시점은 금감원장의 전결이나 금융위 의결 이후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가 통보되는 날이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이날 제재심에 직접 참석했다. 제재심의 핵심 쟁점은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수 있는가’였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 제24조에는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은행은 이 조항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미이지 사태가 발생했을 시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DLF 사태 이후 경영진이 적극적인 수습에 나선 점 등을 들며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는 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감원은 해당 법안 시행령에 ‘내부통제기준의 운영과 관련해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내부통제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조항 등을 근거로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경영진에 물을 수 있다고 맞섰다.

치열한 공방 탓에 제재수위에 대한 결론이 하루 만에 나지 않으면서 바통은 오는 30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이날 금감원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하나은행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두 은행은 피해자들과 자율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온갖 꼼수를 부리며 배상 금액을 낮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높은 수위의 제재를 통해 금융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인 만큼 금감원은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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