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약은 성격이 애매하다. 대선은 국가 행정권력을 다투는 선거이고 따라서 대선 공약이 집권 후 정책 청사진이 된다. 반면 입법부 구성을 위한 총선에서 행정력이 동원되는 정책 공약을 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총선은 지역구 의원 선출이 기본이므로 전국 단위 공약이 어울린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국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큰 선거인 만큼 역대 총선에서 관행적으로 공약 발표가 있어 왔다. '국민이 충분한 의석을 허락한다면 입법과 예산심의를 통해 국가 운영 방향성을 이렇게 가져가겠다'는 다짐 정도라면 총선 공약이 문제될 것은 없다.
무료 와이파이 공약은 우선 이것이 총선 결과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물음을 낳는다. 공공와이파이 확대는 문재인정부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된 것으로 따로 입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예산이다. 와이파이 5만3000개를 구축하는 데 추가로 필요한 예산이 5300억원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무료 와이파이가 아니라 '세금 와이파이'다. 올해 국가 예산이 512조원인데 여당이 정부로 하여금 5300억원을 반영하게 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총선 승리와 무관하게 민주당이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이걸 1호 공약으로 내건 것은 "민주당 찍으면 와이파이가 공짜"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일 텐데 실제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와 상관이 있지도, 공짜도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 세금을 가지고 생색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짜'가 공약으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성숙한 사회의 모습은 아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