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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삼성전자 ‘액면분할 저주’ 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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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하다 최근 올라 어제 6만700원

통상 주식 쪼개기는 주가에 호재

실제론 작년 23곳 중 18곳이 하락

“반도체 회복 조짐에 오르는 것”

“드디어 액면분할 효과를 보나요.”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포털 사이트의 주식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5월 액면가 5000원짜리 1주를 100원짜리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했다. 이후 반도체 시황 부진으로 삼성전자 주가도 지지부진했다.

흐름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11~12월 무렵이다. 주가가 5만원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탔다. 지난 13일엔 액면분할 후 처음으로 6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14일과 15일은 주춤했지만 16일에는 전날보다 1700원(2.88%) 오른 6만700원에 마감했다. 사흘 만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액면분할 전 주가(265만원, 액면분할 환산 주가 5만3000원)와 비교하면 14.5% 높은 가격이다.

통상 주식의 액면분할은 주가 상승에 긍정적 요소로 본다. 수백만원대 주식이 액면분할 후 수만원대가 되면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어서다. 주식시장에서 해당 종목의 유통 물량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액면분할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액면분할을 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감자 종목 제외) 23곳 중 18곳(78%)은 액면분할 전보다 오히려 주가(15일)가 내렸다. 알루미늄 합금 제조업체인 삼보산업은 지난해 5월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97% 하락했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의 액면분할 성적표도 신통찮았다. 액면가를 10분의 1로 쪼갠 롯데칠성 주가는 액면분할 전보다 30% 떨어진 상태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액면분할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의 영향이라기보다 실적 부진과 업황 둔화, 부정적인 시장 전망 탓에 주가가 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액면분할 자체는 기업의 실적이나 주주의 지분율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만큼 주가에 직접적인 호재나 악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 후 1년 넘게 4만원대 ‘박스권’에서 움직인 것도 부진한 실적 전망 때문이란 평가다.

액면분할을 실시하는 기업은 꾸준히 나온다. 남영비비안과 메디파트너생명공학은 주식의 액면을 쪼개기로 결의하고 다음 달 새로운 주식의 상장을 예고한 상태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종목들도 액면분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이 직접적으로 기업 실적과 상관관계가 없어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순 없다”고 말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기업의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업황과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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